정신질환자와 신체질환자 모두 아프고 고통을 겪는데도 이 둘을 바라보는 태도는 많이 다르다. 신체질환자의 고통에는 공감하고 동정심을 갖지만 정신질환자를 보는 눈은 그렇지 않다.

위로와 격렬의 말을 건냈을 때, 신체질환자와 정신질환자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 이는 두 대상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처리하는 뇌 부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국내 연구진이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와 신원교 박사(서울대 뇌인지과학과)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신체질환자와 정신질환자의 마음을 추론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관찰해 최근 발표했다.

연구 대상자는 19-35세 건강한 성인 40명이었다. 이들에게 신체질환자 혹은 정신질환자로 표시된 사진을 위로, 격려 메시지와 함께 모니터로 보게 했다. 그리고 이러한 메시지를 받았을 때 환자들이 어떻게 느낄지 예측하게 했고 이 때 뇌 활성화를 fMRI로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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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서울대병원 제공)
▲A. 신체질환자, B. 정신질환자

아래 설명 참조A. 신체질환자, B. 정신질환자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냈을 때, 이를 바라보는 정상인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했다. 각각 활성화 부위가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연구결과, 신체질환자를 대할 때는 복내측 전전두피질의 활성화가 증가했는데, 이 영역은 타인에 대한 공감 및 이타적인 행동과 관련된다. 반면 정신질환자를 대할 때는 전측 뇌섬엽과 배측 전대상피질이 활성화됐다. 이는 공감이 어렵고 힘들어 인지적 자원이 많이 요구된 것을 나타낸다.

신체와 정신질환자에 대한 마음을 추론할 때 사용되는 뇌 영역이 서로 구분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복내측전전두피질, 신체질환자, 나자신

또한 연구팀은 환자뿐만 아니라 관찰자 본인의 얼굴이 나왔을 때의 뇌 활성화 양상도 살펴봤다. 자신에게 주어진 위로, 격려 메시지에 대해서는 신체질환자를 대상으로 할 때와 비슷한 뇌 활성화 반응을 보였다.

연구논문 제1저자, 신원교 박사는 "신체질환자의 마음을 추론할 때는 자기 자신의 경험을 참조해 쉽게 공감하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호의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정신질환자는 자신과 다른 정서를 경험할 것이라고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신체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도 전문의의 치료와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권준수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일반인이 정신질환자를 바라보는 편견의 신경행동학적 요인들을 찾아냈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이어 "정신질환자의 낙인을 줄여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태도가 마련된다면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의 후원으로 진행됐고 국제 학술지 '행동신경과학 프론티어스(Frontiers in Behavioral Neuro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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