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칼럼에 실린 글을 가지고 온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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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모세포종: 서울대학교병원의 진료기록

 

조동현 교수
(Photo : )
조동현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홈페이지

1. 망막모세포종의 발생률과 생존율

망막모세포종은 소아에서 가장 흔한 안구내 악성종양이나(Kivela, 2009), 실제로 그 발생률(incidence rate)이 크게 높지는 않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15,000명에서 20,000명 출생 당 1명 꼴로 보고된 바 있다(Abramson, 1990, MacCarthy et al., 2006). 국내 40개 대학병원, 종합병원의 보고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서 우리나라의 발생률은 100,000명 출생 당 4.99명으로 추정되었다(Kim and Yu, 2010).

  최근 20년 간 우리나라의 출생률을 살펴보면 2000년 64만 명(640,089명)에서 2017년 36만 명(357,771명)으로 감소하고 있다(국가통계포털). 대략적으로 평균을 내보면 매년 47만 명(470,404명)의 아이가 태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망막모세포종의 발생률(2만 명 출생 당 1명)을 따져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23명 정도의 환아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기간 동안 서울대학교병원은 1년에 평균 21명의 새로운 환아를 치료하였다. 서울대학교병원 전자의무기록에 진단명 'retinoblastoma'가 입력되어 있는 환자들을 살펴보면 1986년에 초진으로 등록된 환자부터 총 424명이 검색되었다.

  망막모세포종은 악성종양으로 아프리카에서는 사망률이 70%에 육박하고, 남미나 아시아 국가의 경우에도 사망률이 20%를 넘는다(Kivela, 2009). 우리나라, 일본을 비롯한 북미, 유럽 국가에서는 안구를 유지하고 시력을 유지하는 치료 전략을 고민하지만, 여전히 많은 국가들에서는 망막모세포종에 의한 사망 사례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1년부터 1993년 사이에 진단을 받은 환아들은 사먕률이 21.4%였으나, 1993년부터 2000년 사이의 환아들은 12.5%, 2001년부터 2010년 사이의 환아들은 4.5%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Kim and Yu, 2010, Park et al., 2014).

2. 망막모세포종의 유전 양상

  망막모세포종은 주로 13번 염색체에 있는 RB1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나타난다. 1971년 Alfred Knudson 교수가 'two-hit' 모델을 이용하여 유전성 및 비유전성 망막모세포종의 유전 양상을 제안하였고(Knudson, 1971), 이후 실제로 망막모세포종과 골육종의 발생에 관련한 유전자의 염색체 부위가 발견되었다(Friend et al., 1986). 13번 염색체 한 쌍 모두에서 RB1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95%)의 망막모세포종 조직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양상이다(Rushlow et al., 2013). 유전성 망막모세포종에서는 환아가 한쪽 염색체에 돌연변이를 가지고 태어나고, 비유전성 망막모세포종에서는 전신적으로는 RB1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관찰되지 않지만, 망막 체세포에서 돌연변이가 추가로 생기거나 새로 한 쌍 모두에서 생기면서 망막모세포종이 발생하게 된다(Knudson, 2001). 대략적으로 유전성인 경우와 비유전성인 경우의 비율은 각각 40%와 60%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전성 망막모세포종은 1996년 처음으로 보고되었다(Yu et al., 1996b). 1993년 8월 '한국유전성종양등록소'가 설립되면서 이전부터 진단 받고 치료한 환자를 모두 조사하여 망막모세포종에 이환된 네 가족이 증례로 발표되었다. 이를 계기로 하여 망막모세포종 환아에서 RB1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지금까지 총 122명의 망막모세포종 환아가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받았는데, 그 중 10명의 환아(8%)에서 염색체 일부 결손이 발견되었고, 34명의 환아(28%)에서 점 돌연변이가 관찰되었다. 이러한 경우, 환아의 부모를 포함한 가족에서도 해당 부위의 검사를 시행하여 환아의 가족에 대한 망막모세포종 진단을 빨리 할 수 있다(Soliman et al., 2016). 유전자 검사는 새로운 돌연변이를 발견하거나(Yu et al., 2001) 돌연변이 분포 양상을 밝히는 작업(Seo et al., 2013)에도 물론 도움이 된다.

3. 망막모세포종의 치료

  일반적인 종양과 마찬가지로 망막모세포종의 치료도 항암제에 의한 약물 치료, 안구적출술을 포함한 수술적 치료가 대표적이다. 덧붙여서, 안구내 종양이기 때문에 레이저 치료, 경동공 온열치료(transpupillary thermotherapy) 등 국소치료가 가능하다. 현재 망막모세포종 치료의 근간이 되는 항암치료는 chemoreduction 개념의 전신 항암치료로 1990년대 중반부터 시행되었다(Kingston et al., 1996). Vincristine, etoposide, carboplatin을 사용하는 protocol이 전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Shields and Shields, 2010).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에서도 22명 27안에서 vincristine, etoposide, carboplatin을 1차 약제로, vincristine, etoposide, ifosfamide를 2차 약제로 하는 항암치료의 효과를 보고한 바 있다(Kim et al., 2003). 또한, 1986년부터 2008년 사이에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에서 항암치료를 시행받은 118명의 망막모세포종 환아에 대한 연구를 보면, 일차 항암치료(primary chemotherapy)는 전체 환아의 10년 생존율이 93.9%로 안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Kim et al., 2008). 특히 강조할 점은 경동공 온열치료를 포함하는 국소 치료의 중요성이다(Yang et al., 2008). 망막 주변부에서 나타나는 망막모세포종 종양은 항암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신마취 하 검사 때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치료하여야 한다. 망막모세포종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안과 의사의 관심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일련의 보고들을 통해 동맥내 항암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분류체계에 따른 group C 환아에서 효과가 좋았다는 보고도 있고(Shields et al., 2011), 새로운 종양이 생기는 것을 예방한다던가(Abramson et al., 2013), 또는 진행된 병기의 환아에서 전신 항암치료와 동맥내 항암치료를 병행하여 안구보존율(salvage rate)을 높였다는 보고도 있다(Shields et al., 2013). 일본에서의 다년 간의 경험도 고무적이다(Yamane et al., 2004). 또한, 유리체강내 항암치료도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Ueda et al., 1995), 특히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유리체 seed의 치료에 사용한 보고가 있다(Ghassemi and Shields, 2012). 뿐만 아니라, 결막하 주사 및 테논낭하 항암치료를 시도한 보고가 있는데, 이는 단독 치료의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결막하 주사는 시행하지 않고, 테논낭하 항암치료는 전신 항암치료에 병행하여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Shields and Shields, 2010). 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전신, 동맥내, 유리체강내 항암치료를 통해 망막모세포종의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4. 망막모세포종의 치료 후 다시 나타나는 종양

  안구를 보존하는 보존적 치료가 망막모세포종 치료의 중심이 되면서, 치료 후 다시 나타나는 종양의 관리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기존 보고에 따르면 전신 항암치료를 시행받은 망막모세포종 환아의 23-48%에서 치료 종결 후 1년 이내에 새로운 종양이 관찰되었다(Shields et al., 2003, Schueler et al., 2006). 이는 방사선 치료 후 종양의 재발이 보통 1-2년 이내에 관찰되었던 결과와 유사하다(Messmer et al., 1990, Abramson et al., 1994).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에서 항암치료를 시행받은 78명(114안)의 망막모세포종 환아에서는 40명(51%), 49안(43%)에서 항암치료 진행 및 종결 후에 추가로 종양이 관찰되었다. 형태는 크게 단독 종양과 퍼진 종양으로 나눌 수 있었는데, 단독 종양이 24명 33안, 퍼진 종양이 16명 16안이었다. 단독 종양은 평균 1.4회(범위: 1-4회), 2.3개(범위 1-12개)가 관찰되었는데, 33안 중 29안(88%)은 레이저, 온열, 냉동 및 양성자 치료를 통해 안구를 보존할 수 있었다. 반면, 퍼진 종양은 16안 중 11안(69%)에서 항암 요법의 변경, 추가 항암 및 국소 치료로도 종양의 조절에 실패하여 안구적출술을 시행하여야 했다. 단독 및 퍼진 종양 모두 항암 치료 시작일로부터 20개월 이내에 발생하였으며, 기존 보고와 양상은 유사하였다.

  망막모세포종의 보존적 치료 후 경과관찰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방사선 치료 후에도 2-25년 후 종양의 재발이 보고된 바 있다(Abramson et al., 1994, Goto et al., 2002, Khetan et al., 2013, Messmer et al., 1990, Paterson and Charteris, 1965, Shields et al., 2002). 항암 치료 후에는 어떠한 양상으로 만성 재발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기존 보고가 없었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에서 항암치료를 시행받은 90명(125안)의 망막모세포종 환아에서는 7명(8%), 7안(6%)에서 치료 종결 후 적어도 1년 이후에 만성 재발이 관찰되었다. Kaplan-Meier 분석을 통해 추산한 재발율은 5년 경과 관찰 시 6%, 10년 경과 관찰 시 8%, 15년 경과 관찰 시 10%이었다. 이를 보면, 망막모세포종 환아는 치료 종결 이후에도 적어도 10년 이상 꼼꼼하게 안저 검사를 하며 정기적으로 경과 관찰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5. 망막모세포종 치료 후 환아 관리

  다른 소아 질환과 마찬가지로 망막모세포종은 종양을 치료한 이후에도 환아가 어른이 될 때까지 질환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일을 겪을 수 있다. 방사선, 항암 치료를 받은 이후에 이차 종양으로 골육종이나 백혈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Yu et al., 1996a). 시력 및 재활도 중요한 부분이다. 후극부를 침범한 망막모세포종은 치료에 잘 반응하더라도 시력 예후가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실제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후극부를 침범한 망막모세포종 환아 12명 13안의 결과를 보면, 20/50 이상의 시력을 보인 경우가 7안(54%)이었다(Kim et al., 2010). 종양을 치료하는 중이더라도 환아와 보호자가 함께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시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망막모세포종은 악성종양이기 때문에 수술적인 치료는 근치적인 적출, 곧, 안구적출술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학교병원의 424명의 환아 중에는 양안 안구적출술을 받은 환아가 8명 있다(Han et al., 2007). 안과 의사가 아니더라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환아에게 세상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주는 것은 전 세계에 있는 망막모세포종을 치료하는 소아안과 의사들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양안 실명에 이른 다른 질환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양안 안구적출술을 받은 환아들도 생활에 적응하고 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다른 분과의 안과 의사들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악성종양은 증식을 빨리 할 뿐만 아니라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망막모세포종 치료가 잘 끝나더라도 백내장, 녹내장, 유리체 혼탁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망막모세포종 환아 14명 17안에서 백내장 수술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모든 환아에서 시력이 좋아졌다(Kim et al., 2017). 망막모세포종 치료가 진행 중일 때 안구내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여전히 금기이지만, 치료 종결 후 12개월 정도의 간격을 두었다면 시력 예후를 위해서라도 합병증에 대한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민하여야 한다.

6. 망막모세포종: 서울대학교병원의 진료기록

  서울대학교병원 전자의무기록에는 'retinoblastoma'를 진단명으로 하는 환자가 1986년 초진부터 400여 명 남짓 된다. 매년 20명의 망막모세포종 신환을 치료하는 것은 미국의 암센터나 영국의 전문 안과 병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두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인구도 많고, 출산율도 높다.). 전체 환자 중 남아가 55%이었고, 진단 시 나이는 1980년대에는 25개월, 2010년대에는 18개월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국제 망막모세포종 병기 체계(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Retinoblastoma)에 따라 종양을 분류하였을 때 A-C군에 해당하는 환아가 1980년대에는 25% 정도였으나, 2010년대에는 55%로 증가한 것도 고무적인 변화이다. 진행한 형태의 D 또는 E 군에 비해 항암 치료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1980년대에는 75%의 환아에서 일차 치료로 안구적출술을 시행하였지만, 2010년대에는 75%의 환아에서 보존적인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였다. 안구적출술은 망막모세포종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이고, 여전히 필요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생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라면 안구와 시력을 보존할 수 있는 보존적인 치료 역시 적극적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망막모세포종을 치료하는 원칙 역시 이와 같이 압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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