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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말라리아 백신에 아동 사망 86% 급감…원조 삭감에 ‘경고등’

장선희 기자

아프리카 대륙에서 매년 수십만 명의 아동 생명을 앗아가는 말라리아와의 싸움에서 가나가 말라리아 백신을 통해 아동 사망률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지원 축소와 일부 서방국의 기금 삭감으로, 이 같은 성과가 지속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백신 도입 이후 5세 미만 사망자 86% 감소

29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가나 보건당국에 따르면, 말라리아로 인한 5세 미만 아동 사망자는 2018년 245명에서 2024년 35명으로 86% 감소했다.

10년 전만 해도 연간 1,000명 가까운 아동이 말라리아로 숨졌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다.

감염 건수 역시 2018년 약 670만 건에서 2024년 530만 건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와 옥스퍼드대-인도 세럼연구소가 개발한 2종의 말라리아 백신이 있다.

이 백신들은 기존 모기장, 예방약, 신속 치료 접근성 개선 등의 기존 대응에 ‘마지막 퍼즐’을 더했다는 평가다.

▲ “게임 체인저” 된 백신…WHO도 효과 인정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 백신들은 세 차례 접종 후 1년 동안 말라리아 발병률을 50% 이상 감소시켰으며, 2세 이전에 4차 접종을 추가해야 효과가 유지된다.

현장에서는 훨씬 큰 효과가 관찰된다"는 전문가들의 증언도 이어진다.

예컨대, '란셋(The Lancet)'에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백신을 세 차례 접종한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중증 말라리아 발병률이 58% 낮았다.

▲ Gavi “2.9억 달러 기금 부족…만 1.9만 명 사망 우려”

이러한 백신을 아프리카에 공급하고 있는 주체는 국제 백신 연합체 Gavi다.

하지만 Gavi는 향후 5년간 예상 필요액보다 28% 부족한 8억 달러 규모의 예산만 집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Gavi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맞물려 있다.

Gavi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로 인해 최대 1만 9,000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신 이미지

[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 트럼프 “합의 이행 안 해”…기금 조건은 ‘티메로살 퇴출’

트럼프 대통령은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등 일부 국가가 말라리아 투자 합의 이행을 지연하고 있다”며 “미국의 지원은 백신에서 수은계 보존제인 티메로살(thimerosal)이 제거될 때까지 보류된다”라고 밝혔다.

이는 안티백신 진영의 주장에 따른 조건이지만, 다수 연구는 티메로살의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Gavi는 “과학적 합의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밝혔으며, 미국 정부와 대화는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외에도 영국 등 다른 선진국들도 Gavi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영국은 향후 5년간 17억 달러를 약속했지만, 이는 2020~25년보다 20% 이상 적은 금액이다.

이와 함께 Gavi는 앞으로 백신을 처음 도입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지원 비율을 85%에서 70%로 낮추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는 자체 부담금 비율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 백신 도입 국가 확대 중…“가격 인하가 변수”

말라리아 백신은 현재 24개국에서 도입됐으며, 2028년까지 4개국 이상이 추가 도입 예정이다.

하지만 3~4회 접종이라는 복잡한 스케줄, 냉장 유통 필요, 지역 사회 내 불신 등으로 도입 초기 진입 장벽이 높았다.

이에 대해 GSK와 세럼연구소는 백신 가격을 2028년까지 절반 수준인 5달러 이하로 인하하겠다고 밝혔으며, 일부 백신은 이미 유니세프와의 계약을 통해 25% 가격 인하가 확정됐다.

▲ “효과가 증명됐다”…현장 목소리에서 답 찾아야

현지 의료진과 보건 관계자들은 말라리아 백신의 효과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가나의 한 보건소장은 “백신이 도입되자 병원 병상 여유가 생기고 의료진 피로도가 줄었다”고 전했다.

지역 주민들도 실제 사례를 들며 주저 없이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말한다.

WHO는 가나의 데이터를 토대로 아프리카 지역 말라리아 사망률 추산치를 재조정 중이다.

백신만으로 말라리아를 완전히 퇴치할 수는 없지만, ‘게임 체인저’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입증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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