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 장애(ASD)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 3명 중 1명은 우울증이나 불안 등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일반 성인 유병률의 3배가 넘는 수치로, 자폐 아동 지원 정책이 아동 개인을 넘어 '가족 단위'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일반 성인보다 유병률 3.4배...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더 취약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 연구팀은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 232명과 그 부모 46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및 심리학적 평가를 진행했다.
16일 발표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부모의 29.1%가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수면 장애 등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다. 이는 2021년 기준 국내 일반 성인의 정신질환 1년 유병률인 8.5%와 비교했을 때 약 3.4배 높은 수치다.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어머니)이 35.3%로 남성(아버지) 22.8%보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 부모의 타고난 성향, 스트레스 정도 결정한다
이번 연구의 주목할 점은 양육 스트레스가 아동의 상태뿐만 아니라 부모 본인의 '생물학적 성향'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부모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졌을 때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낮은 흥미 / 개인 활동 선호 및 변화보다 규칙 선호 / 대화 맥락 파악 및 사회적 언어 사용의 어려움
특히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컸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부모는 자폐 아동의 비언어적 신호를 이해하거나 대화의 맥락을 살피는 과정에서 더 큰 에너지를 소모하며, 이것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 스트레스 원인도 달라... 부친은 '행동', 모친은 '심리'
정신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세부 원인 역시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아버지는 아동의 공격성이나 충동성 등 외적으로 드러나는 행동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어머니는 아동의 우울감이나 정서 조절의 어려움 등 내면의 심리적 문제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 "가족 단위 지원 체계 마련 시급"
유희정 교수는 "그동안 자폐스펙트럼 장애 지원 계획에서 부모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은 소외되어 왔다"며 "부모의 심리적 안정은 아동의 정서 및 행동 발달에 직결되는 만큼, 지원 정책은 반드시 가족 전체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자폐 및 발달장애 학술지(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최신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