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호흡기 질환을 넘어 태아의 면역 체계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임신 중 대기오염에 노출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영유아 급성 혈관염인 '가와사키병'에 걸릴 위험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다.
◇ 대기오염 농도 높아질수록 아이 혈관염 위험↑
이화의대 환경의학교실·환경건강연구센터 연구팀(하은희·오종민 교수)은 2015년부터 2021년 사이의 국내 출생 코호트 자료를 활용해 162만4230쌍의 산모와 아이를 추적 조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유해물질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임신 기간 중 노출된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이산화질소(NO2) 농도와 아이의 가와사키병 발병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한 단계 나빠질 때마다 가와사키병 발생 위험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산화질소(NO2): 발생 위험 11.7% 상승
미세먼지(PM10): 발생 위험 10.4% 상승
이산화황(SO2): 발생 위험 5.2% 상승
전체 조사 대상 중 1만 3,126명의 아이가 가와사키병 진단을 받았으며, 이들은 평균적으로 출생 후 약 2년 뒤에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임신 후기'가 가장 취약... 태아 면역계에 영향
특히 연구팀은 임신 시기별 위험도를 분석해 '임신 후기(28주 이후)'가 대기오염에 가장 취약한 시기임을 밝혀냈다. 임신 후기 초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가와사키병 위험은 4.6% 높아졌다.
가와사키병은 5세 이하 영유아에게 주로 발생하는 급성 열성 혈관염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관상동맥 합병증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학계에서는 유전적 소인을 가진 아이가 특정 환경 요인에 노출될 때 과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발병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가 산모의 혈관을 타고 태반을 통과해 태아의 면역계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신 후반기는 태아의 면역 체계와 혈관계가 빠르게 성숙하는 시기인 만큼, 대기오염 물질이 '비정상적 프로그래밍'을 유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 "임신부, 미세먼지 예보 확인 생활화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아이의 건강이 출생 전 엄마 뱃속 환경에서부터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강조한다.
하은희 교수팀은 "태반 기능을 저하시키고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 공급을 방해하는 환경적 스트레스가 아이의 면역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임신부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대기오염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장시간 외출 자제 △외출 시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 착용 △공기 질이 좋은 시간대를 선택한 환기 △실내 공기청정기 가동 등 생활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권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