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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대학병원 방역망 붕괴, 한타바이러스 대응 미숙으로 의료진 12명 집단 격리

의약일보 기자
네덜란드 대학병원 방역망 붕괴, 한타바이러스 대응 미숙으로 의료진 12명 집단 격리
©연합뉴스

 

유럽의 선진 의료 체계를 상징하는 네덜란드 대학병원이 한타바이러스 확진자 관리 과정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해 의료진 12명이 6주간 집단 격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대서양 크루즈선에서 시작된 감염병이 육상 의료 기관의 관리 부실로 이어지며 국제적인 방역 신뢰도에 타격을 입힌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네덜란드 네이메헌 소재 랏바우트 대학병원이 한타바이러스 확진자 치료 과정에서 치명적인 방역 허점을 드러내며 소속 직원 12명에 대해 6주간의 강제 격리 조치를 단행했다. 병원 측은 환자의 혈액과 소변 등 생체 시료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감염병 대응에 요구되는 엄격한 안전 지침 대신 일반적인 관리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격리 조치는 추가적인 원내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예방적 차원에서 결정되었다.

의료 현장의 방역 체계 균열은 환자의 가검물을 처리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에서 발생하며 시스템의 취약성을 노출했다. 격리된 직원들은 확진자의 혈액 샘플 등을 다루면서 고위험 바이러스 취급에 필요한 특수 방역 수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병원 측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각적인 내부 조사에 착수하였으며 방역망이 작동하지 않은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 중이다. 로이터는 이번 사태가 유럽 내 감염병 관리 표준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의 근원이 된 한타바이러스 확진자는 대서양을 항해하던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에서 이송된 환자로 확인되었다. 서아프리카 카보베르데 영해에 정박 중이던 해당 선박에서 응급 항공편을 통해 긴급 후송된 이 환자는 지난 7일 병원 도착 직후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랏바우트 대학병원은 공식 성명을 통해 "병원 내에서 방역 수칙이 철저히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번 사태를 면밀히 조사해 향후 동일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단 감염의 진원지인 MV 혼디우스호는 지난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 출항한 이후 선내에서 심각한 보건 위기에 직면해 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현재까지 파악한 해당 선박 관련 한타바이러스 확진자는 총 7명에 달하며 사망자도 3명이 발생했다. 사망자 중 독일인 1명과 네덜란드인 1명은 선상에서 숨을 거두었으며 나머지 1명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동한 뒤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크루즈선이라는 폐쇄적 환경이 바이러스 증폭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현재 MV 혼디우스호는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 앞바다에서 일반 승객들의 하선 절차를 모두 완료한 상태다. 선박에는 현재 승무원 20여 명과 최소한의 의료진만이 탑승하고 있으며 최종 목적지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 선내에서 사망한 독일인 승객의 시신 또한 로테르담으로 운구될 예정이며 도착 직후 선박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방역 소독 작업이 예정되어 있다. 국제 보건 전문가들은 선박의 로테르담 입항 과정에서 추가적인 방역 누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격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병원 내 집단 격리 조치가 의료진의 피로도 누적이나 현장 대응 지침의 현실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동정론도 제기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고위험 바이러스 대응 과정에서 찰나의 실수가 대규모 격리로 이어지는 것은 의료 현장의 가혹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면서도 방역 원칙의 예외 없는 적용을 강조하고 있다. 비판적 시각에서는 선진국 대학병원이 기초적인 가검물 처리 수칙을 위반했다는 사실 자체가 국가 방역 시스템의 기강 해이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향후 글로벌 크루즈 산업과 국제 방역 공조 체계는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한타바이러스와 같은 고위험 감염병이 해상에서 발생할 경우 육상 의료 기관과의 연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네덜란드 보건 당국은 이번 랏바우트 대학병원의 사례를 표준 방역 실패 모델로 규정하고 유럽 전역의 의료 기관에 관련 지침 준수를 재차 시달할 방침이다. 이번 사태는 감염병 관리의 성패가 첨단 장비가 아닌 기초 수칙의 철저한 이행에 달려 있음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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