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병원에서는 혈액에서 빨간색을 내는 혈색소(헤모글로빈 단백질) 수치가 5g/㎗ 미만으로 떨어진 중증빈혈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수혈을 한다. 정상 혈색소 수치는 12∼15.6 g/㎗다.
중증 빈혈 환자에게 다른 치료에 앞서 수혈을 선행하는 이유는 생명이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혈을 하면 혈색소 수치가 즉각적으로 높아진다는 점도 의료진이 수혈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중증의 빈혈일지라도 환자 나이가 비교적 젊고 심각한 질환을 동반하지 않았다면 수혈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는 임상결과가 국내에서 제시됐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정재 교수팀(이은실, 김민정, 박보라, 최규연, 이임순)은 2003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비교적 심각하지 않은 산부인과적 질환을 갖고 있으면서 혈색소 수치가 5g/㎗ 미만으로 중증 빈혈에 속하는 여성 환자 19명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의료진은 환자들에게 수혈하지 않는 대신 기저질환 치료에 중점을 두고, 정맥철분제를 투여했다. 또 필요한 경우에는 적혈구 생성 촉진인자, 지혈 효소, 수액 등을 적절히 주입했다.
이 결과 19명의 평균 혈색소 수치는 입원했을 당시 3.6∼4.1g/㎗ 에 머물렀지만, 퇴원 시점에는 6.7∼7.3g/㎗로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사망이나 심각한 합병증은 보고되지 않았다.
환자의 평균 나이는 35.8세였으며, 재원기간은 6∼17일이었다.
의료진은 수혈이 암환자의 5년 생존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는 물론 수혈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알려진 감염과 면역반응을 줄이는데 근거가 될 수 있는 논문이라고 자평했다.
이정재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무수혈 치료가 후유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게 이미 입증됐고, 세계 20개국에서 무수혈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최근 헌혈 인구가 줄면서 만성적인 혈액부족 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무수혈 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호주 뉴질랜드 산부인과학회지' 최근호에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