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제1호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제약사 녹십자의 백신 담합 과징금 처분 관련 대법원 판결 취소 여부를 판단한다.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접수된 525건 중 첫 전원재판부 회부 사례이다.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확정재판을 취소할지 판단하는 재판소원 제1호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의 평의 결과, 제약사 녹십자가 대법원을 상대로 낸 재판취소 사건(2026헌마716)이 전원재판부의 심리를 받게 되었다. 이는 재판소원 제도가 지난달 12일 시행된 이후 접수된 총 525건 가운데 처음으로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례로, 법조계의 지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까지 여섯 차례 진행된 사전심사에서 총 266건이 회부되었고, 이 중 265건이 각하 처리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1호 사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재판소원 제도의 실질적인 효용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재판소원 제도 첫 전원재판부 회부
이번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녹십자 사건은 2017년 4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백신 구매입찰 과정에서 발생한 담합 의혹에서 출발한다. 녹십자는 백신 도매상을 들러리로 섭외하여 입찰에 참여하고 1순위로 낙찰받았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녹십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녹십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녹십자가 재차 불복하여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2월 12일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리며 녹십자의 패소 판결이 확정되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 사건을 제외한 소송에서 2심 판결에 법리적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여 본격적인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이다.
▲ 녹십자 백신 담합 사건 경과
녹십자 측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상고 이유에서 '원심(서울고법) 판결이 입찰 구조상 실질적 경쟁 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경쟁 제한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형사판결과 상반된 해석을 하고, 공동행위의 경쟁 제한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주장했다. 즉, 형사사건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소송에서는 유죄에 해당하는 과징금 처분이 유지된 것은 법리적 모순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본격적으로 심리하지 않고 기각하여 녹십자는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에 녹십자 측은 지난달 16일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상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기각할 수 없는 사건임에도 대법원이 해당 판결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해 재판청구권과 재산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의 주장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이 재판청구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결정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 쟁점
헌법재판소의 전원재판부 회부 결정은 단순한 절차적 진행을 넘어, 재판소원 제도의 향방과 사법부 전반에 미칠 파장에 대한 깊은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확정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그동안 법원 재판의 최종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번 1호 사건의 전원재판부 회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이라는 점에서,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재판 절차와 법리 적용의 적정성까지 심사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지 주목된다. 이는 향후 유사한 법리적 쟁점을 가진 수많은 사건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의 관계 설정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 헌법재판소 심리 방향과 파장
헌법재판소는 녹십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함으로써,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이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 및 재산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헌법재판소는 녹십자 측이 주장하는 법리 오해와 심리불속행 기각의 적정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판단을 뒤집을 경우, 사법 시스템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판단을 유지할 경우, 재판소원 제도의 문턱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은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사 범위를 구체화하고, 재판소원 제도의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은 법치주의 원칙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조화시키는 데 있어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