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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독'이 되지 않으려면? 약물 상호작용의 과학적 이해와 실천 가이드

의약일보 기자
'약'이 '독'이 되지 않으려면? 약물 상호작용의 과학적 이해와 실천 가이드
©Photo by Matteo Badini on Unsplash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을 위해 복용하는 약과 영양제가 때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의 원인이 된다. 서로 다른 성분이 체내에서 만나 효능을 변화시키는 '약물 상호작용'은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안전한 약물 복용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정보를 공개한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류의 수명은 연장되었으나, 역설적으로 현대인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약물을 복용하며 살아간다.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약부터 비타민, 오메가3 등 영양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섭취하는 성분들은 체내라는 하나의 화학 실험실에서 복잡한 반응을 일으킨다. 이를 '약물 상호작용(Drug Interaction)'이라 하며,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약물 상호작용은 크게 약동학적 상호작용과 약력학적 상호작용으로 나뉜다. 약동학적 상호작용은 약이 흡수되고 대사되어 배설되는 과정에서 한 약물이 다른 약물의 농도를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특정 성분이 간의 대사 효소 활성을 억제하면 함께 복용 중인 다른 약이 분해되지 않고 혈중에 과도하게 남아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약력학적 상호작용은 두 약물이 신체의 동일한 수용체에 작용하여 효과를 증폭시키거나(상승 작용), 서로의 효과를 상쇄시키는(길항 작용) 경우를 말한다. 혈전용해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소염진통제를 함께 먹었을 때 출혈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이 대표적인 위험 사례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또한 약의 효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몽 주스는 가장 널리 알려진 주의 대상이다. 자몽에 함유된 성분은 간의 대사 효소인 CYP3A4를 억제하여 고혈압 약이나 고지혈증 치료제의 혈중 농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여 저혈압이나 근육통을 유발할 수 있다. 우유나 유제품에 풍부한 칼슘은 일부 항생제나 골다공증 치료제와 결합하여 불용성 복합체를 형성함으로써 약물의 흡수를 방해한다. 또한, 와파린과 같은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라면 비타민 K가 풍부한 시금치나 브로콜리 등 녹색 채소를 갑자기 많이 섭취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비타민 K가 약의 항응고 작용을 방해해 혈전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약물과의 상호작용에서 자유롭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우울증 완화에 쓰이는 세인트존스워트(성요한풀)는 경구 피임약이나 면역억제제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홍삼이나 은행나무 추출물(징코빌로바)은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성질이 있어 수술을 앞둔 환자나 항응고제 복용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 오메가3 역시 혈행 개선 효과가 있어 지혈을 늦출 수 있으므로 아스피린 등과 병용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안전한 복약을 위해서는 '나만의 복약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병원 진료나 약국 방문 시 현재 복용 중인 모든 처방약, 일반의약품, 영양제 이름을 의료진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또한, 약물은 가급적 충분한 양의 물(약 200ml)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흡수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커피, 차, 주스 등은 약물 성분과 결합하여 예기치 못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거나 약효가 느껴지지 않을 때는 임의로 복용량을 조절하지 말고 즉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여 처방을 재검토받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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