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잠이 오지 않을 때 마시는 술 한잔이 숙면을 돕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수면의 질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음주자, 비음주자 대비 수면무호흡 발생률 월등히 높아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조재영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40세 이상 성인 약 399만 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알코올 섭취와 수면무호흡증 발생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음주자의 연간 수면무호흡증 발생률은 10만 명당 108.9명으로, 비음주자(69.6명)보다 약 56%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연령, 체질량지수(BMI), 흡연 등 다른 위험 요인들을 보정한 후에도 음주의 위험성은 여전히 통계적 유의성을 유지했다.
■ '기도 허탈'과 '각성 억제'... 알코올이 호흡 멈추게 하는 이유
연구팀은 음주가 수면무호흡을 유발하는 핵심 기전으로 '기도 허탈'을 꼽았다. 알코올이 수면 중 기도를 지탱하는 근육의 긴장도를 떨어뜨려 숨길이 안쪽으로 무너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각성 반응 억제' 역시 치명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수면 중 숨이 막히면 뇌가 잠에서 깨어나 호흡을 재개하도록 명령하지만, 알코올은 이 각성 반응을 둔화시킨다. 이로 인해 무호흡 상태가 길어지면서 혈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 만성콩팥병 환자 등 특정 그룹 '최악의 시너지' 주의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남성, 암 경험자, 만성콩팥병 환자 그룹에서 음주의 영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경우 밤사이 체액이 위쪽으로 쏠려 목 부위가 붓기 쉬운 상태에서 알코올의 근육 이완 효과가 더해지며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면무호흡증을 장기간 방치할 경우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은 물론 치매와 같은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조재영 교수는 "폭음이 아닌 습관적인 알코올 섭취만으로도 수면무호흡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대규모 데이터로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평소 코골이가 심하거나 수면 중 호흡이 불규칙하다면 합병증 예방을 위해 금주를 실천하고,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될 경우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체중 감량과 금주 등 생활 습관 개선을 기본으로 양압기(CPAP) 치료 등을 병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