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75세 이상의 고령 결장암 환자들은 급격한 체력 저하나 항암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적극적인 치료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연구진이 고령 환자라도 나이 자체보다는 암의 진행 정도와 위험도에 맞춘 항암 치료를 시행했을 때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 고령 환자 항암치료 비율, 젊은 층의 절반 수준에 그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윤석·배정훈 교수 연구팀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5개 병원에서 근치적 절제술을 받은 결장암 환자 1,585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중 75세 이상 환자 394명을 집중 분석한 결과, 항암치료를 받은 비율은 46.7%(184명)에 불과했다. 이는 75세 미만 환자의 항암치료 시행률인 87.9%의 절반 수준으로, 임상 현장에서 고령을 이유로 치료에 소극적인 경향이 뚜렷함을 보여주었다.
■ '고위험 3기' 환자, 항암치료 시 생존율 49.1% → 78.6%
연구팀은 고령 환자군을 암세포의 침범 깊이와 림프절 전이 여부에 따라 세 그룹으로 분류해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고위험 2기: 암세포가 장기에 깊이 침범했으나 림프절 전이는 없는 상태
저위험 3기: 림프절 전이가 있으나 침범 깊이가 얕은 상태
고위험 3기: 암세포가 주변 장기까지 침범하고 림프절 전이도 동반된 상태
분석 결과, 항암치료의 효과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그룹은 '고위험 3기'였다. 이 그룹에서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의 5년 전체 생존율은 78.6%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49.1%)보다 29.5%p나 높게 나타났다. 완치의 척도인 5년 무병 생존율 또한 48.2%에서 69.3%로 크게 개선됐다.
반면, 고위험 2기나 저위험 3기 환자군에서는 항암치료의 효과가 고위험 3기만큼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는 모든 고령 환자에게 일률적인 치료를 강요하기보다, 암의 위험도를 정밀하게 분석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 "고령 이유로 치료 포기 말아야... 새로운 치료 이정표 제시"
이번 연구는 고령 환자의 치료 결정에서 '생물학적 연령'보다 '암의 병기 및 위험도'가 훨씬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함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미국대장항문학회(ASCRS)에서 최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성모병원 이윤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특정 고위험군 고령 환자에서 항암치료가 생존율을 뚜렷하게 높인다는 강력한 근거를 보여준다"며 "그동안 고령을 이유로 치료를 주저하던 관행을 깨고,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춘 적극적인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