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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반대에도 '합헌' 역설, 모성 보호 외면한 변시 딜레마

고진아 기자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시험 응시 5년 제한에 임신·출산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규정에 대해 다수 재판관의 헌법불합치 의견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합헌'을 결정하면서, 국가의 모성 보호 의무와 여성의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중대한 헌법적 가치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2026년 5월 21일 내려진 이번 헌재 결정은 합헌 4명(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 대 헌법불합치 5명(김상환, 김복형, 정계선, 마은혁, 오영준 재판관)이라는, 다수 의견이 배제된 채 '합헌'이라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기 위한 정족수 6명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법리적 판단을 넘어, 임신과 출산이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여성의 생애 주기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현실을 재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약·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인 김누리씨의 사례는 그 비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누리씨는 2016년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 연거푸 불합격하고 두 자녀를 출산한 뒤, 2020년 시험에서도 탈락하여 더 이상 시험을 칠 수 없는 '오탈자'가 되었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막대한 부담을 안겨주며, 시험 준비와 병행하는 것은 극도의 인내와 노력을 요구한다. 출산 직후의 회복 기간, 수유, 그리고 육아로 인한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는 수험생으로서의 집중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적 장벽은 여성의 잠재력을 꺾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온전한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은 헌법상 「국가의 모성 보호의무」를 강하게 역설했다. 이들은 「적정한 출산율과 인구는 국가 존립과 발전의 기본적 요소」라고 강조하며, 임신·출산으로 인한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를 지적했다. 특히 올해(제15회) 변호사시험 여성 접수자 1,897명 중 88.2%에 해당하는 1,674명이 25세 이상 35세 미만이라는 통계는, 여성 준비생 대다수가 임신·출산을 계획하거나 이행할 수 있는 시기에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과 임신·출산이 변호사시험 준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국가가 모성을 보호하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예방해야 할 당위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다수 반대에도 '합헌' 역설, 모성 보호 외면한 변시 딜레마
[사진=연합뉴스]

반면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변호사시험법 7조 2항이 응시 기간 제한 예외 사유를 입법자가 정하도록 위임한 것이 입법 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박은선 변호사는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선언한 헌재가, 대체 왜 변호사시험에선 법리가 일관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헌재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헌재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신체적 자유를 보호해야 할 헌법적 가치로 인정한 낙태죄 판결과 달리, 임신·출산이 여성의 직업 선택의 자유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입법적 논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 2025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법무부에 자녀 출산 시 1년의 기간을 응시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내용으로 변호사시험법 7조를 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는 입법부가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번 헌재 결정이 법적 판단은 내렸지만, 다수 재판관의 헌법불합치 의견과 국민권익위원회의 법 개정 권고는 물론, 사회 각계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는 입법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특히 의약·보건 분야의 관점에서, 국가가 헌법상 모성 보호의무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구현할 것인지, 그리고 저출산 시대에 여성의 건강과 경력 단절 문제를 해소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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