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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전 대표 서거, '2만5천원 글리벡'에 맞선 그의 유산

고진아 기자

한국 보건의료 운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우석균 전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가 향년 64세로 영면에 들었다. 그는 특히 '글리벡 약가 인하 투쟁'을 통해 환자들에게 생명의 희망을 선사하며 '이윤보다 생명'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평생 실천했다.

고 우석균 전 대표는 2026년 6월 7일 0시 30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별세했다. 서울대 의대 출신인 그는 의대생의 통념을 깨고 학생운동, 노동운동에 투신하며 일찍이 사회 정의에 눈떴다. 1993년 전공의협의회 결성 가담을 시작으로 인의협 대표,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 등 굵직한 보건의료 시민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했으며, 2001년부터 2025년까지 성수의원을 운영하며 소외된 이웃의 건강을 살폈다.

그의 투쟁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이어진 '글리벡 약가 인하 투쟁'이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당시 1정당 2만5천674원, 월 300만~450만원에 달하는 '살인적인' 고가였다. 이는 백혈병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거나 막대한 가계 부담으로 고통받아야 하는 현실을 만들었다. 정부 고시가는 1정당 1만7천862원이었으나, 노바티스는 이 가격으로는 약을 공급할 수 없다며 사실상 공급 중단을 선언해 환자들의 절망은 깊어졌다.

우석균 전 대표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백혈병환우회에 연대 투쟁을 제의했다. 이는 국내 최초 '환자 당사자 운동'으로 평가받으며, 의사로서 거대 제약사에 맞서 환자들의 생명권을 지키려는 그의 용기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2002년 말 국가인권위원회 농성을 권유하며 투쟁의 불씨를 지폈고, 팽팽한 대치 끝에 마침내 2003년 1월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우석균 전 대표 서거, '2만5천원 글리벡'에 맞선 그의 유산
[사진=연합뉴스]

정부-노바티스-환자 단체 간의 합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다. 글리벡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암 환자 외래 진료비 본인부담률이 기존 30~50%에서 20%로 대폭 인하됐다. 최종 약가는 1정당 2만3천45원으로 조정됐고, 노바티스는 약값의 10%를 기금으로 환원해야 했다. 2만5천674원이던 글리벡 약가가 건강보험 적용과 함께 현실적인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수많은 백혈병 환자가 생명의 희망을 되찾았다.

2025년 10월 17일, 강주성 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살면서 의사에게 최소한의 신뢰와 애정을 가질 수 있었다면 바로 이 우석균 선생 때문일 것'이라는 헌사를 남기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헌신을 기렸다. 그의 영향력은 인의협, 보건의료단체연합, 녹색병원 양길승 병장 등 수많은 동료와 후배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우석균 전 대표의 서거는 한국 보건의료 운동의 한 페이지를 마무리하는 슬픈 소식이지만, 그가 남긴 '이윤보다 생명'의 정신과 환자 중심의 의료 개혁 의지는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특히 고가 신약의 등장과 건강보험 재정 압박이 심화되는 2026년 현재, 그의 투쟁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와 제약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보건의료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그의 삶과 정신을 영원히 기억하며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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