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과체중이나 비만을 경험한 여성은 성인이 된 뒤 병원에서 난임 진단을 받을 가능성은 크게 높지 않았지만, 실제 출산할 가능성은 평균 체중을 유지한 여성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생식 건강이 임신을 계획하는 시기보다 훨씬 이전인 어린 시절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조기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병원 제니퍼 L. 베이커 교수 연구팀은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여성 6만864명을 대상으로 어린 시절 체질량지수(BMI) 변화와 성인기의 출산 및 난임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6~15세 BMI 변화 양상에 따라 ▲평균 이하 ▲평균 ▲평균 이상 ▲과체중 ▲비만 등 5개 그룹으로 구분한 뒤, 18~45세까지의 출산 기록과 병원에서 진단받은 난임 여부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전체 참가자의 78.3%는 평균 27.2세에 첫 자녀를 출산했으며, 약 22%는 연구 종료 시점까지 출산 경험이 없었다.
반면 병원에서 난임 진단을 받은 비율은 9.3~11%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어린 시절 BMI와 난임 진단 사이에는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출산 가능성에서는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출생 연도와 부모의 교육 수준 등 여러 요인을 보정한 결과, 어린 시절 비만 궤적을 보인 여성은 평균 BMI를 유지한 여성보다 출산 가능성이 크게 낮았다.
연령별로는 ▲25~29세 22% ▲30~34세 42% ▲35~45세에는 최대 44%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과체중 그룹 역시 평균 BMI 그룹보다 ▲25~29세 9% ▲30~34세 26% ▲35~45세 18% 출산 가능성이 낮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나이가 들수록 더욱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어린 시절 과체중과 비만이 성인기 출산 가능성을 낮추는 이유로 생리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비만은 여성호르몬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축의 기능과 난자의 질, 자궁내막 환경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성장 과정에서의 건강 상태가 대인관계나 배우자 형성 등 사회적 요인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제니퍼 L. 베이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식 건강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형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어린 시절의 과체중과 비만이 의도하지 않은 무자녀로 이어질 수 있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난임은 임신을 계획하는 시점에서 갑자기 시작되는 문제가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신체적·사회적 경험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생애 초기부터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고 생식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어린 시절의 체중 관리가 단순히 성장기 건강을 넘어 성인기의 생식 건강과 출산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기 추적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다만 관찰연구인 만큼 어린 시절 비만이 출산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사회·경제적 요인과 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