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년 만에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현재 11종에서 최대 20종으로 대폭 늘리는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국민의 의약품 '편의성' 확대냐 '안전성' 확보냐를 두고 해묵은 논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2012년 11월, 심야시간 및 공휴일 약국 부재 시 의약품 접근성 해소를 목표로 안전상비의약품 제도가 시행됐다. 당시 약사법은 20개 품목 이내를 허용했으나, 실제 판매 품목은 11종에 머물러 있었다. 초기 13종이 허용됐으나, 타이레놀정 160㎎과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 두 품목이 단종된 탓이다. 정부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지사제·제산제 등 품목 확대를 논의했으나, 대한약사회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
그러나 14년 만에 정부가 다시 품목 확대 논의에 불을 지피는 것은 소비자 편의성 제고에 대한 사회적 요구 때문이다. 2019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68.9%가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며 제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직장인 정모 씨(35)는 「갑작스러운 두통이나 소화불량으로 약국이 문을 닫았을 때 편의점에서 급하게 약을 사 먹어 큰 도움이 됐다」며 편의성 확대를 지지했다. 제약업계 또한 품목 확대에 대해 소극적이나마 환영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강력히 반대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사들이 밥그릇을 챙기려는 것이 아니다. 의약품은 오남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부실한 판매원 교육 체계도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편의점 판매원은 단 4시간의 1회 교육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하며, 이는 의약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 없이 판매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특히 약사회는 「타이레놀에 함유된 아세트아미노펜 중독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경고하며, 편의점 상비약 판매 후 아세트아미노펜 중독 발생 위험 증가를 구체적 근거로 내세웠다. 약사회는 과거 2017~2018년 논의 무산의 주역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정부와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한편,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2024년 편의점 상비약 공급액은 총 555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타이레놀정 500㎎으로 218억원의 공급액을 올렸다. 뒤이어 판콜에이 내복액이 16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확대 의지와 약사회의 강력한 반대가 정면충돌하는 가운데, 이번 논의의 최대 쟁점은 '편의성'과 '안전성'이라는 핵심 가치 간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현재 논의가 안전성보다 편리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에 우려를 표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의약품 문제를 두고 과거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던 이 논의가 과연 이번에는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주목된다. 소비자의 의약품 접근성 향상과 의약품 안전 관리라는 중대한 과제 사이에서 사회적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최대 과제임을 강조하며 기사는 마무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