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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3곳 중 1곳 '유연근무 무용지물'…일·가정 양립, 여전히 '그림의 떡'

고진아 기자

유연근무제와 육아휴직을 도입한 국내 기업 상당수가 해당 제도를 ‘그림의 떡’으로 만들고 있다는 충격적인 현실이 드러났다. 제도를 갖추고도 실제 이용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기업이 3곳 중 1곳꼴이라는 이번 분석은, 일·가정 양립을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이 얼마나 공회전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2026년 3월부터 5월까지 국내 기업들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1,877곳 중 35.0%인 657곳에서 실제 이용 직원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업들이 겉으로는 제도를 갖췄으나, 조직 문화나 실제 운용 측면에서는 직원의 활용을 사실상 막고 있음을 시사한다.

육아휴직 제도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육아휴직을 시행하는 2,000개사 중 대상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전혀 쓰지 않은 기업이 22.1%(441곳)에 달했다. 반면, 대상자 전원이 실제 육아휴직을 사용한 기업은 17.1%(341곳)에 불과해, 제도 활용의 양극단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원은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여부가 기업의 조직 문화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기업 3곳 중 1곳 '유연근무 무용지물'…일·가정 양립, 여전히 '그림의 떡'
[사진=연합뉴스]

기업들의 출산·양육 및 일·가정 양립 지원 노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연구원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300곳을 대상으로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겨우 51.1점이었다. 이는 기업들이 해당 분야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미흡하거나, 구체적인 실천이 부족함을 방증한다.

하지만 고무적인 사례도 있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82.3점으로 최고점을 기록했으며, 롯데칠성음료(81.3점), KB증권과 롯데웰푸드(79.2점), 국민은행, KT&G, 호텔롯데, 신한카드(77.1점)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상위권 기업 중에는 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중위 및 하위 구간에 속하는 기업들도 다수 포함되어, 기업의 규모보다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의지’와 ‘노력’이 중요함을 시사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제도를 도입해도 정작 필요한 직원이 쓸 수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또 「청년들이 원하는 일터의 핵심은 제도의 실질적 작동이며, 이는 미래 인구 감소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서류상 제도를 갖추는 것을 넘어, 실제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청년들이 일과 가정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업들이 형식적인 제도를 넘어 일터에서 ‘진정으로 작동’하는 변화를 만들어 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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