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비 지출을 높이는 비급여 항목을 통제한다는 취지로 '혼합진료' 금지를 추진한다. 일부 병원에서 건보 급여가 적용되는 물리치료와 함께 비급여 항목인 도수치료를 함께 권하는데, 앞으로는 이런 진료 행태를 막는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4일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을 발표했다. 주요 과제는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해결하고 저출생·고령화 영향으로 악화된 건강보험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비 과다 지출과 의사 쏠림의 원인으로 지목된 비급여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급여 항목에 비급여 항목을 끼워서 진료하는 '혼합진료'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실손보험 활성화로 환자 본인부담이 감소했고, 이런 환자의 지불능력 상승이 의료기관의 수익 보전 욕구와 맞물려 혼합진료 등 비급여 팽창을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일부 의료기관이 백내장 수술을 할 때 비급여인 다초점렌즈 수술을 하도록 한다거나, 급여가 적용되는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도수치료를 유도하는 식이다.


이러한 혼합진료는 비급여와 급여 지출을 함께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 10대 비급여 실손보험 지출 규모는 2018년 1조4000억원에서 2021년 3조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도수치료 진찰료 등 건보가 적용되는 급여 지출도 늘었다. 2021년 기준 백내장 수술 등엔 1600억원가량의 공단 부담금이, 도수치료 진찰료와 물리치료 등엔 640억원가량이 쓰였다.


다만 모든 비급여 항목에 혼합진료 금지가 적용되는 건 아니다. 정부는 우선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백내장 수술 다초점렌즈 등 실손보험 지출 상위 비급여 항목에 대한 혼합진료 금지를 추진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면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뜻은 아니고 의료적 관점에서 적절성을 넘어서는 지나친 비급여 행위들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보장성이 부족해 아직 급여 항목은 아니지만 진료에 꼭 필요한 비급여 항목까지 다 금지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혼합진료 금지의 세부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시행 시기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1일 혼합진료 금지 등이 포함된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관해 입장문을 내고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 없이 발표된 혼합진료 금지 등에 큰 우려와 함께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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