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제품에 주요 성분으로 사용하는 특정 화학 물질인 프탈레이트(phthalate)에 노출 되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연간 36만 5000명 이상의 심장병 사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표적 환경 호르몬인 프탈레이트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식품 포장재, 장난감, 화장품, 비누, 샴푸, 개인 위생용품, 의료 장비, 플라스틱 파이프, 살충제(현재는 사용 금지) 등에 널리 사용되어 왔다. 이 화학물질이 미세 입자로 분해되어 인체에 들어가면 비만, 당뇨병, 불임, 암등 다양한 질병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뉴욕 대학교 랑곤 헬스(NYU Langone Health)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다이에틸헥실 프탈레이트(DEHP)에 초점을 맞췄다. DEHP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드는 데 사용하는 가소제다. 이전 연구에서 DEHP 노출이 심장 동맥의 면역 반응의 과활성(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의학 저널 랜싯 e바이오메디신(Lancet eBiomedicine)에 28일(현지시각)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약 200개 국가 및 지역의 건강·환경 데이터를 사용해 DEHP 노출과 심혈관 질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8년 각국에서 심장 질환으로 사망한 55세에서 64세 사이 인구의 13%인 36만 8764명이 DEHP 노출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DEHP 노출로 인한 심장 질환 사망 가운데 중동과 남아시아가 전체의 42%,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이 32%를 각각 차지해 전체 사망에서 이들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DEHP 노출로 인한 사망자 수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은 약 5100억 달러(730조 6770억 원)로 추산되며, 최대 3조7400억 달러(5383조 2980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특정 지역에 사망자 수가 몰려 있는 것에 대해 연구자들은 이 지역 국가들에서 플라스틱 생산이 급증하고 있지만 규제는 다른 지역보다 약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DEHP 등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비율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신 저자인 리어나도 트라산데(Leonardo Trasande) 교수는 "프탈레이트로 인한 심장병 위험 증가는 지역들 사이에 차이가 명확하게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급속한 산업화와 플라스틱 소비가 가장 많은 지역에서 이러한 독소 노출을 줄이는 조치가 시급함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트라산데 교수팀은 프탈레이트 노출 감소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 세계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하고, 조산을 비롯해 이 화학 물질로 인한 다른 건강 문제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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