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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진단도 무력화? 보험사의 수상한 '자문' 뒤 고액 보험금 실종

고진아 기자

2026년 현재, 환자 주치의의 진단이 보험사 앞에선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물론, 대학병원 전문의의 진단마저 거부되는 충격적인 현실이 한국소비자원 보고서를 통해 고발됐다.

2025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보험 피해구제 930건 중 무려 85.8%에 달하는 798건이 보험금 거절 분쟁으로 드러났다. 이 중 가장 큰 비중(67.4%, 538건)을 차지한 거절 사유는 '주치의 진단·치료 불인정'이었다. 특히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급 의사의 진단이 거부된 비율은 38.5%로, 병원급(31.3%)이나 의원급(30.2%)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 의료 현장의 전문성이 보험사의 벽 앞에서 좌절되는 현실을 방증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의료자문」을 빌미로 주치의의 전문적인 소견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주치의 진단 불인정으로 인한 분쟁의 70.1%가 의료자문 불동의 또는 불수용으로 발생했다.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뇌동맥류 진단을 받고 MRA(자기공명 혈관조영술) 검사 결과까지 제출했음에도, 보험사는 '자체 확인'을 이유로 검사 결과를 뒤집고 보험금 심사를 무기한 중단시키는 등 제도의 본래 취지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대학병원 진단도 무력화? 보험사의 수상한 '자문' 뒤 고액 보험금 실종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보험사가 거절한 보험금의 평균액은 1,618만원에 달했다. 특히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미만의 고액 청구 건이 전체의 39.1%로 가장 많아, 중증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경제적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보험업계의 불합리한 의료자문 관행을 개선하고자 2021년 8월 제정된 '의료자문 내부통제 기준' 역시 실효성 부족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해당 기준이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치의 진단 불인정 사례가 줄지 않고 고액 보험금 거절 분쟁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관련 협회에 의료자문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의료 전문성을 존중하고 환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전면적인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의 불합리한 관행이 개선될 경우, 의료계와 환자 간 신뢰를 회복하고 예측 가능한 의료 서비스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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