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에서 임종의 풍경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현대 의학의 발전이 정점이었던 시대를 지나,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이나 노인요양기관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이들이 2024년 기준 전체 사망자의 28%를 차지하며 1970년대 재택사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변화를 넘어, 죽음에 대한 일본 사회의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집과 노인요양기관에서 임종을 맞은 사망자 비율은 전체의 28%에 달했다. 이는 노인요양기관이 거의 없었던 1970년대 초 재택사 수준으로 복귀한 수치다. 재택사 비율은 2005년 12%에서 2024년 16%로 상승했으며, 특히 노인요양기관 사망 비율은 같은 기간 2%에서 12%로 6배 급증하며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 반면, 2024년 병원 사망 비율은 64%로, 1980년대 초 최고치였던 80%보다 16%포인트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 동력은 일본인의 임종 장소 선호에 있다. 2022년 후생노동성 조사에서 '치료가 되지 않는 질병으로 1년 이내 죽음에 이르게 될 경우'를 가정했을 때, '집'을 임종 희망 장소로 꼽은 응답자가 52.6%로 가장 많았다. 이는 친숙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싶은 일본인의 바람이 강력하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의 노인요양기관 '가모이의 집' 사례는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곳 관계자는 「병원과 같은 적극적인 치료나 연명 조치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사전에 알리고 동의를 얻는다. 자택은 아니지만 일상과 가까운 생활 속에서 최후를 맞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병원이라는 획일적인 공간을 넘어 일상과 가까운 곳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재택 임종 의료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24시간 왕진 가능한 재택사 지원 진료소 약 1만5천곳을 구축했으며, 재택사 지원 병원 또한 지난 10년간 두 배 증가한 약 2천곳에 달한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명확하다. 지역 간 재택사 비율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주민 재택사 비율이 가장 높은 가나가와현은 26.8%에 달하지만, 가장 낮은 고치현은 4.9%에 불과해 20%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재택 임종' 확산은 단순히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넘어,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개인의 존엄성과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한국 역시 이웃 나라 일본의 경험을 면밀히 분석하여, 미래 임종 문화와 의료 시스템 방향에 대한 깊은 논의를 시작하고 선제적인 의료·보건 인프라 및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