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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유·사산 인정, 과학과 국가 책임

고진아 기자

수많은 의학적, 법적 논란 속에 가려져 있던 비극, 가습기살균제로 태아를 잃은 산모들의 고통이 2026년 6월 16일,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인정의 문을 활짝 열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늘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 회의실에서 제49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를 개최하고,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유산 또는 사산(이하 유·사산)을 겪은 산모 4명을 포함해 총 26명을 신규 피해자로 인정하고 구제급여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따라 인정된 피해자는 누적 6,037명으로 늘었다.

그동안 인과관계 명확성 부족으로 심사가 미뤄져 오던 유·사산 피해 산모에 대한 인정이 재개된 것은 최근 보고된 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임신 전후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유·사산 비율 증가를 확인한 역학연구와 폐 손상 시 유·사산 가능성을 밝힌 독성 연구 결과가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며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가습기살균제 유·사산 인정, 과학과 국가 책임
[사진=연합뉴스]

이번 유·사산 피해 인정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의 가장 비극적이고도 오랫동안 외면받아 온 영역에 국가가 처음으로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기후부는 오는 9월 열릴 마지막 피해구제위원회까지 유·사산 피해 산모에 대한 심사를 최대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오랜 시간 고통받아온 피해자들에게 희망이자 남은 절차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시스템에는 중대한 전환점이 예고되어 있다. 작년 12월 24일 개정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은 오는 10월 시행되며, 피해 구제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개정법은 기업과 국가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배상하는 체계로 전환될 것을 명시하며, 배상 심의는 국무총리 소속 가습기살균제 배상 심의위원회에서 맡게 된다.

이번 유·사산 피해 인정 재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복잡한 인과관계 규명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오는 9월까지 남은 유·사산 산모 심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어 모든 피해자가 온전히 구제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오는 10월 시행될 개정법을 통해 국가가 공동 책임을 지고 배상하는 새로운 체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고통받은 이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발판이 마련되기를 전망한다. 이는 단순히 피해 구제를 넘어, 미래의 보건 환경 정책 수립에 있어 정부의 책임 의식을 강화하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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