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22일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브리핑을 통해 "교통사고로 실형이 나오는 건 매우 악질적인 경우 외에 드물다"며 "일반 교통사고로는 사망사고조차도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지 않는다"고 한 발언에 대해 반박 사례를 제시하고 "정부 관계자가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비판했다.

24일 의협에 따르면 보행자의 무단횡단 등으로 사실상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사망사고에서 재판부가 보행자의 책임, 원만한 합의와 피해자 유족의 선처 요청에 따라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포털의 '금고형', '집행유예' 등의 검색어를 통한 뉴스검색 결과, '무단횡단 90대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금고형'(2018.11), '왕복 9차로 건너던 보행자 치어 숨지게 해...금고형 집행유예'(2020.5), '전동킥보드 무면허 운전 중 행인 친 20대 금고형 집행유예'(2018.9) 등의 사건·사고 소식을 검색할 수 있다.

지난해 논란이 된 '민식이법'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서 벌어진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운전자가 금고형 이상을 선고 받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2살 어린이가 차에 치여 사망한 사고에서도 재판부는 "운전자가 안전 운전을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면서도 피해자 유족이 피고인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금고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 밖에 교통사고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생후 1개월된 아이와 놀아주다가 실수로 떨어뜨려 숨지게 한 사건에서도 2018년 재판부는 금고형을 선고한 바 있다. 올 1월에는 술에 취해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일행을 밀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의 피의자에 대해서도 뉘우치고 있는 점, 유족에 대한 배상이 진행 중인 점을 참작하여 금고형이 내려진 사례가 있다.

의협 김해영 법제이사는 "금고형은 과실범이나 비 파렴치범에게 주로 선고되고 있는 점에서 명예적 구금에 가깝다. 수형자의 신체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이나 징역형과 달리, 노역도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한다"고 설명하고, "법원에서는 주로 행위의 결과가 무겁더라도 의도적이지 않고 처리과정이 원만하며 정상을 참작하는 경우에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있어, 금고형 선고가 악질적인 경우라는 설명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의협은 최근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한 논란에 대하여 살인, 성폭행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해서는 이미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그들에 대한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며, 입법의 취지와 국민적 요구에 충분히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고 다만 모든 범죄에 있어 금고형의 선고유예만으로도 의료인 면허를 제한하는 것은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에서 국회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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