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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의협 제공)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로 위중증 환자가 쏟아지면서 응급실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가 지난 15일 응급의료체계 위기와 대안마련 등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로 위중증 환자가 쏟아지면서 응급실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가 지난 15일 응급의료체계 위기와 대안마련 등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이 참여했다.

먼저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는 소속 병원의 사례를 들어 "음압격리실이 없어서 병원을 증축하고 시설을 마련하는 중이었는데, 병상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를 받아야 했다. 그만큼 환자가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형민 회장은 "코로나 환자나 발열 환자, 다른 호흡기 증상을 가진 환자가 많아서 응급실 입장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1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인력과 시설의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 환자들이 대기하는 동안 의료진들이나 접수하는 분들과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한다. 응급실 의료진이 이런 부담까지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석재 이사는 "코로나 환자와 코로나 의심환자를 포함해서 모든 응급실 진료가 정체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직접 PCR검사를 하는 병원이라면 8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그 외에 직접 PCR검사를 하지 못하는 병원의 경우는 18시간에서 24시간까지도 걸린다. 그러다보니 한번 음압병실에 들어가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 결과 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동반된 환자들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석재 이사는 또 "추가적 지원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간호사들도 사직이 계속되고 있다. 저희 병원의 경우 간호사가 처음에 16명이었다가 지금 9명이다. 응급실은 확진 환자를 보지 않지만, 확진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환자들을 볼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특히 응급실에서 델타변이로 양성이 많이 나온다. 장염이나 교통사고 환자로 내원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양성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그 환자와 접촉한 응급실 의사도 양성이 나와 격리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민 회장은 "요즘 코로나 환자들이 2~3일 이상씩 응급실에 누워있기 때문에 응급실로 환자 식사가 올라오는데 이런 일은 지난 16년간 근무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다. 또 응급실에 환자 재실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응급실이 코로나 노출로 격리되었다고 해서 병원 차원의 인력지원이나 추가보상은 없다. 게다가 양성이 나온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은 격리가 된다. 인력이 빠져나가면 대체할 인력이 오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결국 커버를 해야 해서 부담감은 더 커진다. 특히 코로나 무증상 비율이 20~30%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예상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석재 이사는 "의료진 노출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심폐소생술 환자가 들어왔는데, 보호장구도 넉넉지 못한 상태에서 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방호복도 입지 못하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이후 의료진이 코로나 검사를 받아보니 양성이 나왔다. 그 중 전공의 한 분은 중환자실까지 갈 정도로 위험에 빠졌었다"며 관련 일화를 소개했다.

이형민 회장은 "올해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필수과의 지원율이 떨어지고 코로나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인기과의 경우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초창기부터 코로나와 싸워 온 대구경북 지역의 응급의학 전공의들이 거의 지원을 안했다는 것을 듣고, 그만큼 코로나로 의료진이 느끼는 위험성이나 피로도가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체계 관련 대정부 제안 사항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최석재 이사는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책을 미리 마련해놓고 있어야 한다. 일종의 '재난대응팀'이 있어야 하고 관련 시스템이 따로 준비되어야 한다. 그래야 기존의 응급의료시스템에 장애를 주지 않고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건의했다.

이형민 회장은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계속 지켜보겠다고만 하고 있다. 현장은 매우 심각한데 안타깝다. 1%도 안 되는 코로나 환자 때문에 99%의 응급환자들이 손해보고 있다. 결국 다른 응급환자들에 대한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상황은 엄중하다. 현재의 응급의료 상황에 대한 백서를 만들거나 분석이 없으면 향후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의사는 환자가 있어야 존재한다. 그래서 환자를 잃는 것이 의료진들에게는 가장 좌절감을 느끼는 일이 될 것이다. 응급실이 무너지면 최전방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응급실은 골든타임이 있는 곳인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보다 빠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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