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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의협 홈페이지 갈무리)
▲대한의사협회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소장폐색환자의 수술 지연에 따른 악결과를 이유로 외과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하여 금고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데에 대한의사협회가 23일 입장문을 내고 "먼저 환자의 악결과 발생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전하고 환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면서, 이와 별개로 법원의 이러한 판결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해당 사건의 피고인이 된 외과 전문의는 2017년 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를 진찰한 후 장폐색이 의심되지만 환자의 통증이 호전되고 있고 6개월 전 난소 종양으로 인해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음을 감안하여 우선 보존적 치료가 적절하다고 의학적 판단을 내렸으나, 7일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응급수술을 시행하여 소장을 절제하였고, 환자는 괴사된 소장에 발생한 천공으로 인해 패혈증과 복막염 등이 발생하여 2차 수술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당시 해당 환자의 상태를 감안하면 즉시 수술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이었으며 주의의무 위반으로 수술이 지연되었다"고 인정한 후, 환자에게 장천공, 복막염, 패혈증, 소장괴사 등이 발생한 것을 의사의 과실에 의한 것으로 인정하여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했다.

의협은 그러나 "의학의 오랜 역사와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수술 여부 및 그 시기 결정에 있어 명확한 임상 지침이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연구와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직접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종합적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으므로 현장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학적 원칙이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하며, 이후 발생한 악결과를 이유로 당시 의학적 판단의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 사건에만 국한하여 보더라도, 환자와 의사가 모두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수술에 앞서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행해보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법원이 사후에 그 악결과만을 문제 삼아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치료방법 선택에 대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부정되고 추후 환자의 상태 악화에 대해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면, 우리나라 모든 의사들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방어진료를 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는 법적 책임을 오롯이 감내하면서 환자에게 최선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권유할 의사는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의협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의료행위의 결과에 대해 금고형을 선고한 이번 판결에 대해 다시 한 번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와 유사한 판결이 반복됨으로써 의사의 소신진료가 위축되고 필수의료뿐만 아니라 전체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고 했으며 "또한 의료분쟁으로 입은 국민의 피해를 신속하게 보상하고 의료인에게 안정적 진료환경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더욱 튼튼하게 보호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가칭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에 즉시 나설 것을 적극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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