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비대면 진료 플랫폼 관련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만큼 이를 빌미로 원격의료와 관련된 어떠한 형태의 의료시스템이라도 충분한 검토 없이 본격적으로 도입하거나 합법화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며,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일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

[기자회견문]

<비대면 진료 플랫폼 관련 대한의사협회 입장 >

안녕하십니까, 대한의사협회 회장 이필수입니다.

의료계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비대면 진료 플랫폼 문제와 관련해, 오늘 이렇게 신현영 국회의원님께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가 함께하는 공동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해주신 데 대해 매우 뜻 깊게 생각하며, 저희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 단계일 때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해오고 있으며, 국회 역시 2020년 12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도입된 비대면 진료는 이를 홍보하고 활용하기 위한 많은 플랫폼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러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 수호라는 의료 본연의 가치를 훼손한 채, 상업적 목적으로 변질되는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약사법상 광고가 금지된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가 범람하고, ▲의사의 진찰과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을 환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불법 의료광고 및 환자유인행위를 유도하고, ▲의료서비스 및 의약품 오남용 사례가 발생하는 등 수많은 부작용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간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대한 부작용 및 문제점을 수차례 우려하고 경고해왔으나, 정부는 이제야 뒤늦은 대책마련에 시급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바른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위한 의료계의 기본적인 입장과 방향성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플랫폼 분야에서 의료의 기본 원칙이 정립되어야 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를 대신할 수 없으며, 단지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만큼 이를 빌미로 원격의료와 관련된 어떠한 형태의 의료시스템이라도 충분한 검토 없이 본격적으로 도입하거나 합법화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며,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일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안전 및 건강을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 합니다. 현행 보건의료기본법, 의료법, 약사법 등 의료관련 법령은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제정된 법이기에 각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사항은 플랫폼이라 할지라도 당연히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합니다. 플랫폼을 이용한 의료시스템의 경우 종종 편리성을 이유로 의료의 전제조건인 안전성, 유효성, 임상적 타당성이라는 기본요건을 등한시하거나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가령, 의약품 부분에서 전문의약품의 경우 관련 의료법령에서 의사가 질병의 유형, 중증도, 환자 상태 등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약품명으로 처방토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임에도 환자가 특정 약품을 선택하거나, 무분별한 대체조제를 허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므로 엄격히 관리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플랫폼에 대한 관리방안 및 가이드라인 마련을 포함해 비대면 진료의 안정적 제도 마련을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 주도의 일방향적 정책추진을 지양하고 국회와 정부가 전문가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의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제도화 방향을 마련해야 합니다. 현재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은 의협을 포함한 의료계에서 이미 우려했던 상황입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무분별하게 양산되기 전에 의료계-국회-정부가 미리 논의하는 절차가 마련되었더라면, 일정 부분은 미연에 방지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의사협회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의료정보 시스템 팽창에 대비하고 올바른 방향제시를 위해 최근 '정보의학전문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통해 비대면 진료를 비롯한 의학정보원 설립, EMR 인증, 의료플랫폼 구축, 공적 전자처방전 등의 사안에 대한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국민을 위한 합리적이고 안전한 의료제도가 설계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전문가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사전에 긴밀히 협조하고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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