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술을 마신 후 소화제를 먹으면 '술이 빨리 깬다' '속이 편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화제가 신체 내 술의 대사를 촉진한다는 등의 이유를 드는데 실제로 근거가 있는 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소화제를 복용하면 술이 깬다는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낭설이다. 소화제를 먹었더니 술에서 깨는 느낌이 들었어도 착각에 불과하다. 술을 깨기 위해선 알코올을 분해해야 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신체 기관은 간이다. 소화제는 위의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하는 약으로, 간의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는 역할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음주를 했을 때 불가피하게 숙취 증상을 빨리 완화해야 한다면 소화제보다는 간장약이나 숙취해소제 등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다만, 이마저도 두통·구토 등 숙취 증상을 완화할 뿐이다. 알코올 분해나 대사를 촉진하지는 않는다. 사실 술 깨는 역할을 하는 약은 없다. 숙취는 알코올이 몸에서 대사될 때 생기는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인해 발생한다. 숙취에서 벗어나려면 아세트알데히드가 제거돼야 하는데, 아직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할 수 있는 약이 없다.


술을 깨기 위함이 아니라, 술로 인한 속 쓰림을 완화하기 위해 소화제를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술은 속 쓰림 증상을 유발한다.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는 신체 대부분의 장기 세포와 DNA를 공격하고, 위를 자극해 속 쓰림, 메스꺼움, 구토 등을 유발하게 한다. 또 술을 마시면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돼 식도와 위 사이의 식도 조임근의 압력이 낮아지는데, 이때 식도 조임근이 이완되면서 역류 증상이 악화된다.


술을 마신 후 속 쓰림을 완화할 목적으로 소화제를 찾는다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다. 위벽을 자극해 위산의 분비량이 늘어 오히려 속 쓰림이 심해질 수 있다. 중앙약국 이준 약사는 "소화제는 소화가 안 될 때 위산을 만들어서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며 "음주로 인해 속이 쓰린 상태에서 소화제를 복용하면 위산이 더 많이 분비돼 증상이 더 나빠진다"고 말했다.


술을 마셨다면 반드시 피해야 하는 약이 있는데 바로 진통제다. 음주 후에는 아세트알데히드로 인해 숙취로 두통이 찾아오는데, 아세트알데히드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통제의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체내에 들어오면 간이 손상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숙취와 무관하게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진통제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두통이 있다면,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기억하는 게 좋다. 두통을 유발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약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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