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여성은 몸의 변화만큼 마음의 변화도 크게 겪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성이 느끼는 우울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니 내버려두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산후우울감을 마냥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산후우울감이 산후우울증이 되면, 갱년기우울증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후우울감과 산후우울증의 차이부터 알아야 한다. '산후우울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맞다. 출산 직후엔 여성호르몬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급하강해 출산 후 5일까지 심하게 우울하고, 혼란스러워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등 산후우울감이 발생할 수 있다. 산후우울감은 산모의 80~90%가 겪는 현상이며, 의학적으로 질병으로 분류하지도 않는다.


반면, '산후우울증'은 질환이다. 출산 전부터 출산 후 시기에 나타나는 우울증 전반을 얘기한다. 교과서적인 진단은 출산 4주 이후부터 발생하는 2~3개월 사이에 발생하는 우울증을 말한다. 그러나 출산 전후 개인의 몸 상태는 차이가 크다 보니, 출산 전부터 출산 후 6개월 이내에 발생한 우울증을 산후우울증으로 보고 있다.


산후우울증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만성화돼 갱년기우울증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골든타임'을 지켜 진단,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갱년기우울증 환자의 경우, 우울증의 시발점이 산후우울증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산모 5명 중 1명은 산후우울증이 만성 우울증으로 진행한 상태로 병원을 찾는다.


산후우울증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출산 후 3개월을 기억해야 한다. 출산 후 3개월쯤인 100일이 지나면 아이도 초반보단 돌보기 쉬워지고, 엄마도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해 육아에 적응한 상태가 된다. 이 시점에도 계속 몸과 마음이 힘들다면 반드시 배우자와 함께 병원을 찾아, 산후우울증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산후우울증을 의심해야 하는 증상은 다양하다.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때는 산후우울감이 생기는 이후에도 2주 이상 우울증상이 지속되고, 그로 인한 기능저하가 발생할 때다. 또한 계속된 긴장감, 강박 등으로 인한 우울하고 무기력한 상태가 이어질 때, 심하게 피곤함에도 발생하는 불면증이 있을 때, 작은 실수에도 '나는 엄마 자격이 없다'며 자책한다거나 아이를 봐도 행복하지 않은 경우, 아이를 탓하며 화를 내게 되는 경우, 아이와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고, 나만 사라지면 모든 안 좋은 상황이 해결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경우, 나쁜 충동이 반복되는 경우, 희망이 없다는 생각만 드는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한 우울감과 불안을 느낄 때에도 산후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 외에도 산후우울증의 증상은 매우 다양해 단편적인 증상 몇 가지로만 진단을 내리긴 어렵다.


산후우울증 치료는 다른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정신 치료(상담 치료, 인지행동 치료 등), 약물치료, 전기자극 치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다. 중증도나 환자의 상황 등에 따라 치료법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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