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체력관리, 식단조절, 절주, 금연 등 목표가 작심삼일로 무너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너무 부담스럽거나 구체적이지 않은 계획과 같은 전략 문제, 끈기를 저해하는 주위 환경 등이 자주 거론된다.

하지만 그 또한 계속 되풀이돼 겉으로 돌출되는 증상의 일부일 뿐 근본적 원인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학자들은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고 금세 미루거나 포기하는 원인이 일반적인 인간 심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심리학 논문들의 공통된 결론은 미래의 자신을 남같이 보는 심보가 '작심삼일의 블랙홀'을 만든다는 것이다.

◇ 남과 다를 바 없는 '미래의 나'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에밀리 프로닌 교수가 2008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그런 심리를 잘 이해할 수 있다.

프로닌 교수는 '미래의 자신을 남같이 대하기: 심리적 거리감과 의사결정'이라는 연구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기발한 실험을 했다.

그는 역겨움에 대한 과학 실험을 한다고 학생들을 모집한 뒤 욕지기가 나는 음료를 특정 시점에 양을 정해 마시거나 남에게 권하도록 했다.

실험을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참가 시점과 자신이 마시느냐 남이 마시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그날 바로 음료를 마시겠다고 서명한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제시한 양은 두 숟가락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 학기 뒤에 참가하겠다고 한 학생들이 마시기로 약속한 양은 두 숟가락을 훨씬 넘어 무려 반 컵 정도에 달했다. 특히 남에게 권하는 양은 한 학기 뒤에 마시겠다고 한 양보다 조금 더 많았다.

프로닌 교수는 "사람들이 미래의 자신을 위해 내리는 결정은 남을 위해 내리는 결정과 비슷하지만 현재 자신을 위해 내리는 결정은 다르다"고 연구 결과를 일반화했다.

당장 부담스러운 일을 두고 자신에게 관대하지만 미래의 자신에게는 가혹한 성향이 인간에게 있다는 말로 풀이될 수 있다.

◇ '독한 사람'은 미래·현재의 나를 비슷하게 본다

미래의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계획을 실천하는 수준이 달라진다는 결과를 담은 논문도 더불어 주목된다.

미국 뉴욕대의 사회심리학자 할 허시필드 교수는 '꾸준히 내일을 생각하라: 자기 연속성의 개인차가 저축량을 말해준다'는 논문을 2009년 발표했다.

허시필드 교수는 연구에서 피실험자들에게 현재와 미래의 자신이 겹치는 정도가 각각 달리 나타나는 여러 벤다이어그램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그러고는 10년 뒤 자기 모습을 생각하도록 하고서 뇌를 관찰하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검증했다.

자신을 생각할 때와 남을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다르다는 사실을 활용한 실험이었다.

피실험자 상당수는 10년 뒤 자기 모습을 상상할 때 남을 생각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됐다.

그러나 개인차는 분명히 있었다. 현재와 미래의 자신을 거의 똑같이 보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결과는 현재와 미래의 자신을 동일시하는 정도가 짙은 것으로 조사된 이들일수록 은행 저축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현상은 연령과 교육수준 등 저축량의 변수가 될 수 있는 조건들을 통제했을 때도 재확인됐다.

저축은 미래의 자신을 위해 현재의 보상을 양보한다는 의미로 일반화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미래의 자신을 남같이 보지 않는 사람이 담배를 끊거나 체형을 바꾸는 등의 힘든 일을 해내는 '독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 작심삼일 굴레를 벗어던질 비결은

결국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해 목표를 이루는 비결 가운데 하나는 미래의 자신을 남처럼 여기지 않는 태도다.

그렇다면 성향을 바꾸는 게 가능할까.

학자들은 작심삼일의 굴레를 벗어던질 묘안까지도 실제로 연구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의 2012년 2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허시필드 교수는 미래와 현재 자신의 간격을 좁히려면 늙은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보라고 제안했다.

빈곤에 대한 통계자료 수십 장보다 궁핍한 어린이 사진 한 장이 빈곤퇴치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데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미래를 대비하자는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보다 늙어버린 자기 모습을 한번 보는 게 미래 자신을 자신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가설이다.

허시필드 교수는 실험으로 이를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은 가상현실의 방 안에서 거울을 통해 자신의 늙은 모습을 들여다보도록 했다. 다른 한 집단은 거울에서 현재 모습을 그대로 봤다.

늙은 모습은 학생들의 사진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변조해 만들어냈다.

방에서 나온 학생들에게 1천 달러를 주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묻자 늙은 모습을 본 이들이 노후자금을 2배나 더 많이 적립하겠다고 답했다.

허시필드 교수는 비슷한 실험에서 늙은 모습을 보는 것이 퇴직연금 가입을 촉진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저축량이나 퇴직연금은 현재보다 미래의 자신에게 돌아갈 보상을 대변하는 조건으로 풀이될 수 있는 까닭에 이 실험은 다른 계획의 실천 동력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요즘에는 자기 사진을 원하는 만큼 늙게 가공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많고 다수가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당장 느끼는 충격은 없더라도 무의식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를 일인 만큼 새해 목표를 세울 때 한번 시도할 수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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