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역사적인 꿈에 부푼 민주콩고 축구 대표팀이 '희소 유형 에볼라'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예정된 칠레와의 평가전 취소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국제 스포츠에 미치는 영향과 월드컵 준비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 남부 라 리네아 데 라 콘셉시온 시는 현지 시간 6월 9일로 예정되었던 민주콩고와 칠레 간의 평가전을 전격 불허했다. 후안 프랑코 시장은 안달루시아 지방 정부 보건국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불허 결정의 배경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이 있다. 현재 민주콩고와 인접국 우간다에서는 치명적인 희소 유형의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 중이며, WHO는 이를 국제 보건 안보에 중대한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전파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취소 결정은 복잡한 아이러니를 낳고 있다. 민주콩고 대표팀의 세바스티앵 드사브르 감독과 선수단은 확산 지역인 아프리카 대륙 외에서 거주해왔으며, 현재 유럽에 머물고 있어 감염 위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방적 차원에서 경기가 취소된 것이다. 심지어 불과 며칠 전인 오늘(6월 4일), 벨기에 리에주에서는 민주콩고 대표팀이 덴마크와 평가전을 예정대로 치러 대조를 이뤘다. 보건 당국의 판단 기준과 적용 범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민주콩고 축구협회는 스페인 내에서 칠레전의 대체지를 물색하기 위해 스페인 축구협회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하는 등 월드컵 본선 준비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 중이다. 1974년 이후 5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된 민주콩고는 오는 6월 18일 미국 휴스턴에서 포르투갈과의 1차전을 앞두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역사적인 월드컵 진출의 국민적 염원에 예상치 못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역시 WHO의 비상사태 선언을 예의주시하며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공중보건 위협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민주콩고-칠레 평가전 취소 사태는 에볼라 바이러스 팬데믹이 국제 스포츠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와 동시에 보건 당국의 선제적 예방 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민주콩고 축구협회의 대체지 모색 노력과 국제사회의 협력이 국민적 염원을 지킬 열쇠가 될 것이다. 나아가 공중보건 위협이 상시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보건 위기 속에서도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는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