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라고 해서 왔는데… 그러고도 의사야?』 2026년 6월, SNL코리아 속 아토피 환자의 절규가 현실이 됐다. 서울 한복판 ‘피부과’ 간판을 내건 40곳 중 37곳이 미용 시술만 하는 충격적인 현실이 드러나면서 피부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길을 헤매는 ‘의료 난민’ 신세가 됐다.
의약일보가 지난 6월 2일 강남역 인근 ‘피부과’ 40곳에 직접 문의한 결과, 37곳이 건선 등 피부질환 진료가 불가하다고 답했다. 방문한 5곳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포구 김모 씨(34세)는 지난 2월, 강남구 박모 씨(29세)는 지난달 초 피부과 간판을 보고 방문하거나 전화 문의했지만, '미용 시술만 한다'는 답변에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서초구 심모 씨(23세)는 3월에 아토피 피부염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레이저 시술' 상담만 받고 나왔다고 전했다. 광화문 정모 씨(37세)는 작년 11월 습진으로 피부과를 찾았지만, 『미용 진료만 한다』는 말에 돌아선 경험을 털어놨다.
이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에 따른 '진료과목 피부과' 표기 의무를 위반한 사례가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의원이 간판에 '피부과'만 크게 적어 환자들을 오인시키고 있다.
‘진짜 피부과’가 사라지는 근본 원인은 저수가 정책에 따른 수익성 악화다. 2024년 피부과 의원 1개당 평균 건강보험 청구액은 4억 2,400만원으로 타 진료과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개원 비용은 10억~15억 원 이상이 소요되어 건강보험 진료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최응호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는 '피부질환 진료의 낮은 수익성과 미용 시장의 높은 이윤이 겹치면서 1차 의료 인프라의 붕괴를 보여주는 우리의 슬픈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더욱이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신규 개설된 일반의 의원 중 83%가 피부과를 표방하며 미용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을 심화시켰다.
1차 피부과 진료가 붕괴되면서 경증 피부질환 환자들마저 대학병원으로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의 피부과는 현재 최소 4개월을 대기해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이는 환자들의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할 뿐 아니라, 오진 위험으로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지난달 아토피인 줄 알고 동네 피부과를 찾았던 이모 씨(42세)는 단순 습진이라는 진단을 받고 처방전을 받았지만, 증상 호전이 없어 다시 찾아간 대학병원에서 '초기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칠 뻔한 아찔한 경험이었다. 김범준 중앙대 의대 피부과 교수는 『경미해 보이는 피부질환도 전문적인 감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보건복지부는 6월 4일, 비전문의 의원 간판에서 '진료과목' 표기를 삭제하고 미용 시술 기관과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한피부과의사회 역시 환자들이 피부과 전문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전문의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1차 피부과 진료 접근성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검토가 단순한 간판 개선을 넘어 국민의 필수 의료 안전망 구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중요성이 크다. 김범준 교수의 제언처럼 질환 진료와 미용 진료의 적절한 균형을 통해 '진짜 피부과'가 본래 기능을 회복하여, 환자들이 '피부과' 간판을 보고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