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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피부과 90% 미용 쏠림, 질환 환자는 '문전박대'

고진아 기자

「피부과라고 해서 왔는데 아토피 하나 못 봐요?」 2026년 4월, 대중의 공감을 얻으며 화제를 모은 SNL 코리아의 한 장면이 오늘날 한국 의료의 불편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겉으로는 '피부과' 간판을 내걸었지만, 정작 아토피나 습진 같은 피부 질환 환자들은 진료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이 심화되고 있다. 의약일보가 2026년 6월 2일 강남역 일대 '피부과' 간판을 단 의원 40곳을 직접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무려 37곳이 피부 질환 진료를 거부했으며, 3곳 중 2곳은 2시간 이상 대기를 요구했고, 나머지 1곳은 간단한 처방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용 시술에만 집중하는 '껍데기 피부과'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강남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돈벌이에 급급한 개원가의 현실과 낮은 건강보험 수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4년 기준, 피부과 의원 1개당 평균 건강보험 청구액은 4억2천400만원으로 타 진료과보다 현저히 낮다. 개원 비용이 10억~15억 원 이상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건강보험 진료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 개원가의 하소연이다. 이는 미용 비급여 진료로의 쏠림 현상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신규 개설된 일반의 의원 176곳 중 83%에 달하는 146곳이 피부과 과목을 신고했다. 이는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조차 쉽게 미용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을 심화시키고, 질환 진료의 전문성을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환자들은 '피부과' 간판만 보고 찾아갔다가 낭패를 보기 일쑤다. 김모(34) 씨는 '피부과'를 찾아갔지만 미용 시술만 권유받았고, 박모(29) 씨는 상담조차 받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심모(23) 씨 역시 피부 질환 때문에 방문했지만 문전박대당했다.

강남역 피부과 90% 미용 쏠림, 질환 환자는 '문전박대'
[사진=연합뉴스]

진료 현장의 혼란은 오진으로 이어져 환자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모(42) 씨는 피부과 간판을 보고 방문한 의원에서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았으나 증상이 악화됐다. 결국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을 찾아간 후에야 뒤늦게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대학병원 문턱은 너무 높았다. 현재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 피부과는 최소 4개월을 대기해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경증 질환 환자들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되고, 중증 환자의 진료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대 최응호 교수는 '진짜 피부과'를 찾으려는 환자들에게 「강북에 있는 55세 이상 원장님이 계신 오래된 병원을 가라」는 씁쓸한 조언을 전했다. 미용 시장이 활성화된 지역에서는 질환 진료를 하는 피부과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말이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보건복지부는 2026년 하반기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26년 6월 4일 '진료과목' 표기 삭제 등 의료기관 명칭 기준을 재정비하여 환자의 혼란을 줄이고 의료기관의 진료 정체성을 명확히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의료기관 간판 표기 개선은 환자들이 올바른 의료기관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하며, 「장기적으로는 피부과 질환 진료에 대한 적정 수가 보상 등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진짜 피부과'의 실종은 경증 피부 질환을 중증으로 키우고, 의료 시스템 전반에 과부하를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다.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검토는 환자의 혼란을 줄이고 의료 접근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정책적, 사회적 노력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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