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SNL 코리아'의 풍자극처럼, '피부과' 간판만 보고 찾아갔다 아토피 진료조차 거부당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2026년 강남역 실태조사에서 충격적으로 드러나며 1차 피부 의료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남역 인근은 '피부과' 간판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2026년 6월 1일 촬영된 간판들과 6월 2일 의약일보의 취재 결과, 이들 중 대다수는 피부 질환 진료와 거리가 멀었다. 강남역 인근 '피부과' 간판 병원 40곳 중 무려 37곳이 피부 질환 진료를 거부하고 미용 시술만 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3곳 중 2곳은 현장 접수 시 2시간 이상 대기가 필요했으며, 1곳은 간단한 약 처방만 가능했다. 이는 SNL 코리아 '스마일 클리닉' 에피소드에서 환자(정이랑)가 「간판이 피부과라고 해서 왔는데 지금 아토피 하나 못 봐요? 그러고도 의사야? 간지러워 죽겠네!」라며 호소했던 장면이 현실에서 고스란히 재현된 것이다.
환자들은 피부 질환으로 고통받으며 '진짜 피부과'를 찾아 헤매는 실정이다. 2026년 2월, 마포구에 사는 김모 씨(34)는 아토피로 '피부과' 간판을 보고 병원을 방문했으나, 미용 상담만 받고 돌아서야 했다. 지난달 초, 박모 씨(29) 역시 얼굴에 난 염증 치료를 위해 강남구의 '피부과'를 찾았다가 '미용 시술은 가능하나 질환 진료는 어렵다'는 답변에 절망했다. 2026년 3월, 서초구의 심모 씨(23)는 습진으로 광화문 인근 '피부과'를 방문했으나, 비전문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증상이 악화되는 경험을 했다. 2025년 11월에는 정모 씨(37)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지역 맘카페를 통해 아이의 아토피를 봐줄 병원을 수소문해야 했고, 올봄 황모 씨는 안면홍조로 여러 '피부과'를 전전하다 결국 대학병원을 찾았다. 지난달 이모 씨(42)는 건선으로 인해 1차 의료 기관 진료 지연으로 병이 악화돼 대학병원으로 가야만 했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는 낮은 건강보험 청구액 등 수익성 문제가 꼽힌다. 김선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피부과 의원 1개당 평균 건강보험 청구액은 4억2천400만 원으로, 정형외과(11억9천600만원), 내과(8억7천300만원) 등 타 진료과에 비해 현저히 낮다. 개원 비용이 10억~15억 원 이상인 현실에서, 의원들은 비급여 미용 진료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심평원 자료를 통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 지난해(2025년) 1~7월 일반의가 신규 개설한 의원급 기관 176곳 중 피부과 진료과목 신고가 146건으로 83%를 차지하며 미용 시장 쏠림 현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로 인한 1차 의료 붕괴는 환자들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경증 피부 질환자가 1차 의료 단계에서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해 진단이 지연되거나 중증화될 위험이 크다. 김범준 중앙대 의대 피부과 교수는 「경증으로 끝날 질환이 만성화되거나 치료 시기를 놓쳐 중증화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 피부과는 최소 4개월을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마비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의료법 위반 실태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는 비전문의 의원이 '진료과목'을 표기할 때 '○○의원 진료과목 피부과'와 같이 '진료과목'을 명확히 명시하고 같은 크기로 표시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현재는 일반의 병원 간판에 '진료과목' 표기를 작게 하고 '피부과'를 크게 적어 환자에게 오인을 유발하는 경우가 만연하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검토 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전문의 의원 간판에서 '진료과목' 표기 자체를 삭제하고 미용 시술 기관과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올 하반기에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응호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는 「피부 질환의 진료 여부를 쉽게 확인하고 국민의 기본적인 의료 접근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피부과' 간판이 '미용 클리닉'으로 변질되며 국민의 1차 의료 접근성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검토는 단순한 간판 정비를 넘어,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전문가 제언처럼 질환 진료와 미용 진료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국민이 필요할 때 적절한 피부 질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본 접근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