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계 코스트코'로 불리는 창고형 약국이 불과 1년 만에 전국 40곳으로 급증하며 약업계에 거대한 파장을 던지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열광 뒤에는 동네 약국 붕괴와 약물 오남용 위험을 경고하는 약사사회의 거센 반발이 존재한다.
2026년 06월 07일 현재, 저렴한 가격과 쇼핑 편의를 내세운 창고형 약국이 약업계의 새로운 판도를 쓰고 있다.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인 '메가팩토리'가 2025년 6월 경기도 성남에서 문을 연 이후, 1년 만에 전국 40여 곳으로 확산하며 빠르게 세를 불렸다. 서울 금천구의 한 메가팩토리 매장을 찾은 40대 주부 안모 씨는 「약사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약을 골라서 살 수 있어서 좋아요. 가격도 싼 편이고요」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메가팩토리 측은 하반기 수도권에 세 번째 매장을 열 예정이다.
창고형 약국의 등장은 의약품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메가팩토리 정두선 대표약사는 「요즘 사람들은 소비를 주체적으로 하는데 약국은 그렇지 않았다」며,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사 단체들은 이러한 변화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창고형 약국이 '동네 약국 붕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약물 오남용'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작년 12월, 대한약사회는 특정 창고형 약국에서 불법 마약 제조에 쓰일 수 있는 '슈도에페드린' 함유 조제용 의약품이 매대에 대량 진열된 것을 확인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약사 지식 없이 의약품이 무분별하게 판매될 경우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창고형 약국의 확산은 인근 동네 약국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2026년 4월 약사회가 창고형 약국 인근 약국 535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6%가 창고형 약국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특히 영양제(72.8%)와 상비약(53.3%) 품목에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은 일반적 공산품이 아니어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문 약사의 복약지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약사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규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26년 4월 약국 기능을 왜곡하거나 의약품을 남용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금지 대상에 추가하는 약사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창고', '메가'와 같은 명칭 사용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메가팩토리 관계자는 「명칭을 '미니'로 변경한다고 해서 본질이 바뀐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히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흐름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창고형 약국의 확산은 의약품 소비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이자, 동시에 국민 건강과 직결된 약물 오남용 문제, 그리고 지역 약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다. 국회의 약사법 개정 논의가 '창고', '메가'와 같은 명칭 제한을 넘어 의약품 관리의 본질적 문제와 약국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담아낼지, 의약일보가 깊이 있게 지켜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