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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계 코스트코' 40곳 급증…소비자 미소에 약사 '울상'

고진아 기자

현재, 불과 1년 만에 40곳으로 급증한 '창고형 약국'이 저렴한 가격과 쇼핑 편의성을 무기로 의약품 소비의 새 시대를 열었으나, 이면에서는 약물 오남용 위험과 동네 약국 붕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며 대한민국 약국 생태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2025년 6월 경기도 성남에서 첫 창고형 약국 '메가팩토리' 개점 1년 만인 2026년 6월 현재, 이른바 '약국계 코스트코'로 불리는 창고형 약국이 전국 약 40곳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의약품 구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소비자의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으나, 약사 사회는 약물 오남용과 기존 약국 생태계 붕괴를 경고하며 격렬히 반발한다.

창고형 약국의 등장은 소비자의 달라진 의약품 구매 방식을 반영한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과 쇼핑 카트를 이용한 자유로운 의약품 선택,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편리함으로 40대 주부 안모 씨처럼 「약사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약을 골라서 살 수 있어서 좋아요」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메가팩토리 정두선 대표약사는 이 같은 변화를 '소비 주도적 의약품 소비'로 설명했다. 정 대표약사는 「약국은 약사와 고객이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상담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소비를 주체적으로 하는데 약국은 그렇지 않았다」며 창고형 약국의 차별화된 철학을 밝혔다. 그는 2026년 하반기 수도권 지역에 3호점 개점을 예고하며 확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사 단체들은 창고형 약국이 약사의 복약 지도 없이 약물 오남용을 부추기고 동네 약국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강력히 우려한다. 2025년 12월에는 서울 금천구의 특정 창고형 약국에서 마약 제조에 쓰일 수 있는 '슈도에페드린' 함유 조제용 의약품이 대량 진열된 사실이 문제로 지적되며 약물 안전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슈도에페드린은 감기약 성분 중 하나로, 대량 구매 시 오용될 가능성이 있어 복약 지도가 필수적인 의약품이다.

'약국계 코스트코' 40곳 급증…소비자 미소에 약사 '울상'
[사진=연합뉴스]

일선 약국들의 위기감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6년 4월 약사회가 535개 약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약국의 81.6%가 창고형 약국 문제를 '심각하다'고 답했다. 특히 영양제(72.8%)와 상비약(53.3%) 품목에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 약사회 관계자는 「창고형 약국 주변의 작은 약국 중 일부는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다」며 지역 약국의 절박한 현실을 전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창고형 약국에 대한 규제 논의가 본격화됐다. 2026년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약국 기능을 왜곡하거나 약물 오남용 우려를 유발하는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창고', '메가' 등의 명칭 사용이 제한될 전망이다. 이는 약국의 공공성과 의약품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명칭 규제만으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가팩토리 관계자는 명칭을 '미니' 등으로 변경하더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의약품 구매 방식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히 명칭을 넘어 의약품 구매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라는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약물 안전이라는 본질적 가치와 소비 편의성이라는 현대적 소비 트렌드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창고형 약국의 등장은 단순한 유통 채널 변화를 넘어, 의약품의 접근성과 안전성, 그리고 기존 약국 시스템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명칭 규제 또한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약국이라는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공간의 미래를 위해, 소비자의 편의와 약물 안전이라는 두 가치를 조화롭게 담보할 수 있는 심층적인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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