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직접 치료한 주치의, 심지어 대학병원급 전문의의 진단마저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내세워 불신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 한국소비자원은 2026년 6월 7일 발표를 통해 지난해 보험금 거절 피해구제 798건 중 67.4%에 달하는 538건이 '주치의 진단 불인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보험사의 무분별한 의료자문 남용이 심각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수치다.
소비자원 분석에 따르면, '주치의 진단 불인정'으로 인한 보험금 거절 피해구제 사례의 70.1%는 소비자가 보험사의 의료자문에 불응하거나 그 결과를 수용하지 않아서 발생했다. 특히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요구한 사례의 38.5%는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주치의의 진단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한다.
실제로 대학병원에서 MRA 검사 후 경동맥 폐쇄에 따른 뇌졸중 진단을 받은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가 자체 확인 및 추가 의료자문을 요구하며 심사를 무기한 중단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주치의 진단을 불인정하며 거절된 보험금은 평균 1천618만원에 달했으며,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미만의 고액 청구 건이 전체의 39.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소액의 분쟁이 아닌, 소비자의 경제적 피해가 막대함을 의미한다.
보험사의 의료자문 남용이 심화되는 배경에는 제도의 허점이 지적된다. 2021년 8월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가 제정한 '의료자문 내부통제 기준'이 사실상 의료자문 요구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소비자원은 「제도의 취지와 달리 대학병원 등 전문성이 높은 의료기관의 진단까지 거부 수단으로 쓰인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고 지적하며, 현재의 내부통제 기준이 보험사의 '의료자문' 남용을 막기에는 역부족임을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보험사의 무분별한 의료자문 남용 방지 및 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관계 당국에 요청할 예정이다. 보험사의 의료자문 남용은 소비자의 신뢰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료계 전문성의 권위를 경시하는 심각한 행태다. 한국소비자원의 이번 제도 개선 요청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 의료 현장의 전문적 진단이 존중받고 정당한 소비자 권익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