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전을 위해 2023년 9월 도입된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시행 2년 만인 2026년 현재, 국민 절반이 제도 자체를 모르고 의료진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에 분노하는 '반쪽짜리' 제도로 전락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25년 9월 25일부터 10월 28일까지 전신마취 또는 의식하 진정 수술 경험이 있는 환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9.5%가 수술실 CCTV 의무화 제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음에도 국민 절반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깜깜이' 상태인 셈이다. 실제 수술 촬영 경험이 있는 환자는 18.5%에 불과했으며, 이 중 74.6%는 의료사고 또는 과실에 대비하기 위해 촬영을 요청했다고 답했다. 촬영 후 환자의 84.9%는 안심했다고 밝히며, 제도 본연의 목적인 '환자 안심'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남을 시사했다.
그러나 의료진의 시각은 정반대였다. 2025년 10월 17일부터 11월 13일까지 국내 의료기관 수술실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의료진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 결과, 72%의 의료진이 CCTV 의무화가 환자-의료진 간 신뢰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의료진 10명 중 7명, 즉 70%는 의무화가 아니었다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제도에 대한 깊은 불만과 반발을 표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진은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이라며, '문제가 되는 걸 찾아내서 증거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 썩 좋지는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CCTV 의무화가 '잠재적 범죄자 취급'과 다름없다며 분노했고, 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의료진이 가장 시급한 지원 사항으로 꼽은 것은 '법적 책임 범위의 명확한 명시'(40%)였다.
이처럼 환자의 '안심'과 의료진의 '분노'라는 극명한 입장 차이는 수술실 CCTV 의무화 제도가 여전히 환자-의료진 간 깊은 신뢰 관계의 균열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환자는 의료사고 대비를 통한 안심을 얻고자 하지만, 의료진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것에 대한 불만과 함께 법적 부담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이러한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해결 과제를 제시했다. 환자의 제도 인지도를 높이고, 의료진에게 긍정적인 성공 사례를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신뢰 관계를 저해하지 않는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단순히 의무화에 그칠 것이 아니라, 환자들의 제도 활용을 독려하고 의료진의 법적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2026년 현재, 수술실 CCTV 의무화는 환자 안전이라는 숭고한 목표로 도입되었으나, 환자의 낮은 인지도와 의료진의 강한 반발이라는 현실적 장벽에 부딪혀 있다. 이 제도가 의도한 바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제언처럼 환자 인지도를 높이고 의료진과의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며, 제도의 실효성과 법적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등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수적이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이로운 균형점을 찾는 것이 미래 의료 시스템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