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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톤즈 10년 의료 공백, 민간 '외과 희망'…ODA 재개 물꼬 튼다

고진아 기자

2013년 내전 이후 10년 넘게 중단됐던 한국 정부의 남수단 의료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좌초된 사이, 재미동포 2천여 명이 모은 20억 원 이상의 순수 후원금으로 세워진 '이태석 기념 톤즈 희망 병원'이 오는 8월 말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맹장염에도 목숨을 잃는' 척박한 땅에 한국 민간의 '기적'이 외과 수술 전문 병원으로 피어나, 멈춰 섰던 양국 외교 관계의 물꼬까지 트는 역사적 순간이 기대된다.

남수단 톤즈 지역의 의료 공백은 심각한 수준이다. 맹장염 등 간단한 응급 수술조차 받지 못해 환자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며, 이는 열악한 의료 인프라와 전문 인력 부재에 기인한다. 본래 한국 정부는 2013년 남수단 내전 발발 이전, 수도 주바에 650병상 규모의 '이태석 기념 의과대학병원' 건립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으로 추진했으나, 내전으로 사업이 전면 중단되며 10년 넘게 표류해왔다. 이로 인해 남수단, 특히 톤즈 지역은 외과 수술을 담당할 의사조차 없는 의료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

이러한 절망 속에서 고(故)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잇는 제자인 아롭 가랑 의사의 절박한 구조 신호가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2010년 이 신부 선종 이후에도 남수단을 떠나지 않고 16년간 현지에서 묵묵히 봉사해 온 김기춘 남수단이태석기념재단 이사장의 헌신적인 노력 또한 빛을 발했다. 이들은 톤즈에 최소한의 외과 수술 전문 병원이라도 세워야 한다는 염원을 공유했다.

이들의 염원은 미주아프리카희망후원회(CFACM, 이인석 이사장)에 닿았다. 이인석 이사장은 2024년 1월 직접 톤즈 현장을 방문하여 실태를 확인한 후 병원 건립을 추진했다. 재미동포 2천여 명의 십시일반 순수 후원금 총 20억~30억원이 모였고, 이를 토대로 2026년 2월 '이태석 기념 톤즈 희망 병원'이 착공됐다. 살레시오 수도회가 부지를 제공하고, 현지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민간 주도 인도주의의 모범 사례를 만들었다.

남수단 톤즈 10년 의료 공백, 민간 '외과 희망'…ODA 재개 물꼬 튼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8월 말 완공을 앞둔 이 병원은 기존 돈보스코 병원과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특히, 2025년 에티오피아에서 외과 과정을 마치고 돌아올 이태석 신부의 제자인 아롭 가랑 의사가 톤즈의 첫 외과 의사로 병원 운영에 참여할 예정으로, 이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미국 은퇴 명의를 초빙하여 수술 캠프를 진행하는 등 지속적인 의료 지원 계획도 구상 중이다.

민간의 헌신적인 노력은 남수단 정부의 움직임까지 이끌어냈다. 2026년 6월 2일 방한한 제임스 피티야 모건 남수단 외교부 장관은 대한민국 이상호 주우간다 한국대사와의 면담에서 '이태석 기념 톤즈 희망 병원' 부지의 영구 무상 임대와 수입 의료 장비의 관세 면제를 약속했다. 또한, 살바 키르 마야르디트 남수단 대통령은 한국 정부에 EDCF 의료 ODA 사업의 전면 재개를 요청하는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는 양국 수교 15주년을 맞이한 2026년에 멈춰 섰던 외교 관계 정상화의 극적인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

'이태석 기념 톤즈 희망 병원'은 단순한 의료 시설을 넘어, 10년 넘게 중단된 정부 간 협력의 공백을 민간의 순수한 헌신과 열정으로 채운 선례로 평가된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과 남수단 수교 15주년을 맞은 현재, 양국 관계의 재정상화를 넘어 국제 보건의료 ODA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민간의 외교적 역할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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