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의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뇌동맥류 치료에서 국내 의료진이 역사적인 대기록을 세웠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국내 최초로 뇌동맥류 누적 치료 2만 건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뇌혈관 치료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세계에 입증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병원 뇌혈관팀은 1989년 첫 수술을 시작한 이래 최근까지 총 2만 874건의 뇌동맥류 치료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2019년 이후로는 매년 1,000건 이상의 고난도 치료를 안정적으로 시행해 오며 이 같은 대기록을 달성했다. 단일 의료기관에서 뇌동맥류 치료 2만 건을 넘긴 것은 국내에서 서울아산병원이 처음이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의 일부가 약해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혈관이 터지기 전에는 특별한 전조증상이 없어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일단 한 번 파열되면 뇌출혈(지주막하출혈)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거나 심각한 영구 장애를 남긴다. 이 때문에 파열 후 응급치료는 물론, 터지기 전에 조기 발견해 예방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는 종합 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파열 전 단계에서 뇌동맥류를 발견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의 누적 데이터에 따르면, 1989~1993년에는 터지지 않은 '비파열 뇌동맥류' 환자의 비율이 전체의 4.4%(21명)에 불과했으나, 2015년 처음으로 90%를 넘어선 데 이어 최근에는 93~94% 수준까지 올라 대부분의 환자가 예방적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동맥류의 치료법은 크게 외과적 수술인 '클립결찰술'과 혈관 내 최소 침습 시술인 '코일색전술' 두 가지로 나뉜다. 클립결찰술은 두개골을 열고 부풀어 오른 혈관 부위를 의료용 클립으로 묶어 파열을 막는 정밀한 수술이며, 코일색전술은 개두술 없이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넣어 뇌동맥류 내부에 백금 코일을 채워 넣음으로써 혈류를 차단하는 시술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그동안 클립결찰술·혈관문합술 등 수술적 치료 1만 3,334건, 코일색전술·혈류 전환 스텐트 등 혈관 내 치료 7,540건을 각각 시행했다.
무엇보다 이번 기록에서 주목받는 점은 세계적 수준을 뛰어넘은 '안전성'이다. 서울아산병원이 최근 10년간(2016~2025년) 시행한 비파열 뇌동맥류 치료 결과를 분석한 결과, 수술 및 시술 후 주요 합병증이나 사망, 중증 후유장애 발생률이 클립결찰술은 3.5%, 코일색전술은 1.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 학계에 보고되는 평균 합병증률(클립결찰술 6~12%, 코일색전술 5~10%)과 비교했을 때 절반 이하로 낮은 수치다. 그만큼 대량의 치료 경험을 통해 숙련도를 쌓은 의료진이 환자에게 가장 안전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안재성 교수는 "국내 최초 2만 건 달성은 지난 수십 년간 뇌혈관팀 의료진이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헌신해 온 결과"라며 "앞으로도 그동안 축적된 임상 경험과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뇌 속 시한폭탄을 안고 불안해하는 많은 환자들이 더욱 안전하게 치료받고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