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DAILY의약일보

자살률 낮은 도시의 역설, '복지 연결망'이 생명 살렸다

고진아 기자

2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한국 사회. 하지만 최근 연구는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자살률이 낮아지는」 놀라운 반전과 함께, 보이지 않는 복지 연결망이 어떻게 생명을 살리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2026년 현재까지도 OECD 최고 자살률 국가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으며, 기존의 획일적인 자살 예방 정책은 그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가운데 을지대·한양대 의대 연구팀이 지난 2012년부터 2023년까지 12년간 전국 229개 시·군·구의 자살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공간·시공간 역학' 최신호에 발표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 이 연구는 지역사회 복지 연결망과 노인 돌봄 인프라가 자살 위험을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지난 12년간 전국에서 70곳의 자살 저위험 지역(콜드 스폿)과 5곳의 고위험 지역(핫 스폿)을 확인했다. 자살률이 낮은 콜드 스폿은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대도시에 집중되었으며, 충남 서산·보령 등 일부 지역은 「산발적 핫 스폿」으로 분류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살 저위험 지역에서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사회복지시설 수가 많을수록 자살률이 유의미하게 낮았다는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고령화는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인식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는 연구팀이 밝힌 「고령 인구 자체가 자살률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 인프라와 사회적 지지 체계가 함께 작동할 때 보호 효과가 커진다」는 핵심 해석을 뒷받침한다.

자살률 낮은 도시의 역설, '복지 연결망'이 생명 살렸다
[사진=연합뉴스]

연구팀은 이러한 역설적 보호 효과의 원인을 「도시형 복지 인프라」와 복지시설이 만들어내는 「심리사회적 자원」으로 지목했다. 수도권 대도시의 경우 의료 접근성이 높고, 다양한 사회복지시설이 밀집해 있어 복지서비스 이용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시설들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지역 주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소속감을 제공하며 사회적 고립감을 줄이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노인 인구는 이러한 복지 연결망의 주요 수혜자이자 동시에 연결망을 강화하는 주체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의외로 이혼율, 출산율, 병상수, 녹지 비율 등은 자살률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지역 단위의 거시적 통계만으로 자살률의 복합적인 원인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생태학적 오류」 가능성을 시사한다. 단순한 인구 통계나 환경 요인보다는 개인의 사회적 연결성과 복지 접근성이 더욱 밀접하게 작용한다는 결론이다.

이번 연구는 획일적인 전국 단위 자살 예방 정책이 지닌 한계를 명확히 지적하며, 지역 특성과 인프라를 고려한 맞춤형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언했다. 사회복지시설과 지역 돌봄 체계를 단순히 서비스 제공 기관을 넘어 「심리사회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강화하는 지역 기반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의약·보건 분야의 전문 매체로서, 우리는 이러한 복지 연결망이 궁극적으로 한 생명을 살리고 사회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자살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 단위의 섬세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Copyright © 의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살률 낮은 도시의 역설, '복지 연결망'이 생명 살렸다 : 최신논문 : 의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