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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못할 '영성 돌봄'… 인간 중심 의료의 본질을 묻다

고진아 기자

첨단 의료 기술과 인공지능(AI)이 환자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는 시대 속에서도 서울성모병원 영성간호부 라정란 부장(61)은 30년간 수녀이자 간호사로 봉직하며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영성 돌봄'은 절대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단언, 인간 중심 의료의 본질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했다.

지난 6월 22일 의약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라 부장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돌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영성 돌봄'은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넘어 마음의 평화와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돕고, 나아가 가족의 상처까지 보듬는 실존적 돌봄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개념을 넘어 「내게 왜 이런 고통을 주나」, 「죽은 다음엔 어디로 가나」와 같은 말기 환자들이 겪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포함한다. 단순한 친절을 넘어 마음을 담아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라 부장은 췌장암 말기 50대 남성 환자 사례를 통해 영성 돌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의료진의 만류에도 퇴원을 간절히 원했던 이 환자는 어린이날 5살 늦둥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려 애썼으나, 결국 외출하지 못하고 임종했다. 의료진은 아이에게 「아빠가 너와 놀러 가는 걸 기다리셨다」며 아빠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건넸다. 라 부장은 회상했다. 「아이는 아빠가 마지막까지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 했다는 것을 평생 힘으로 삼아 살아갈 것」이라고. 이처럼 영성 돌봄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환자와 가족에게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아주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라 부장은 「돌봄 로봇도 나온다지만, 신체적 돌봄이 아닌 정신적·영적 돌봄은 인공지능(AI)으로도 결코 대체할 수 없죠」라고 단호히 말했다. 첨단 기술이 의료 효율성을 높여도, 환자의 영적인 요구와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오직 인간 의료인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가치라는 지적이다.

AI도 못할 '영성 돌봄'… 인간 중심 의료의 본질을 묻다
[사진=연합뉴스]

수녀이자 간호사로 약 30년간 봉직하며 10년 넘게 호스피스 현장에서 수많은 죽음을 배웅한 라 부장의 삶 자체가 영성 돌봄의 증거다. 서울성모병원은 이러한 영성 돌봄의 중요성을 인지, 2025년 9월 가톨릭 의료기관으로서 영성 분야 기능 강화를 위해 영성간호부를 신설했다. 이는 '빅5' 병원 중 유일하게 호스피스 입원 병동을 운영하는 서울성모병원의 선도적인 노력으로, 기존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와 가정간호센터가 영성간호부 소속으로 편입됐다.

죽음을 앞둔 이들은 대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지만, 그 모습은 다양하다. 라 부장은 어린 환자들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깊은 통찰을 보였다. 3살 때 백혈병 진단을 받고 6살에야 비로소 죽음을 이해했던 아이, 그리고 유니콘 인형을 애타게 찾던 아이의 모습은 의료진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라 부장은 「제가 많이 배웁니다」라며, 죽음 앞에서 오히려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순간들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라 부장은 현재 의료 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형병원에 입원형 호스피스 시설이 더 늘어나야 하며, 대상자도 현재 말기 암 환자에 국한된 것에서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존엄사', '웰다잉', '안락사' 등의 용어가 명확한 기준 없이 혼용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단어들을 신중하게 썼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용어의 혼란은 환자와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라 부장이 정의하는 '좋은 죽음'은 「준비된 죽음」이다. 이는 본인뿐 아니라 보내는 사람 모두의 준비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첨단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는 2026년, 라정란 부장의 '영성 돌봄' 메시지는 의약·보건 분야에 인간 존엄의 가치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인 공감과 관계 형성이야말로 진정한 돌봄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환자의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죽음'을 준비하고 지원하는 사회적, 의료적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결국 의료의 궁극적 목표는 기술 발전 너머의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에서 시작된다는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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