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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원충 '분자 기계' 규명…새 치료 길 활짝

고진아 기자

매년 6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기존 약제 내성마저 확산되며 인류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감염병 말라리아. 그 원충이 인간 적혈구를 침입하는 반세기 미스터리가 2026년 07월 01일,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 메디컬센터 연구팀에 의해 '분자 기계'의 실체로 규명되며 새로운 항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의 서막을 알렸다.

치민 호 교수팀은 이날 말라리아 원충이 숙주인 적혈구에 침입하는 핵심 구조인 '무빙 정션(Moving Junction)'의 3차원 구조와 작동 방식을 마침내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무빙 정션'은 1978년 처음 관찰된 이래 반세기 가까이 풀리지 않던 과학계의 난제였다. 연구 결과, 이 구조는 원충이 적혈구에 침투하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숙주 세포막을 능동적으로 변형시키는 정교한 '분자 기계'임이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무빙 정션'은 AMA1과 RON2, RON4, RON5 단백질이 1:1:1:1의 비율로 결합한 복합체로, 마치 범선과 유사한 형태를 띤다. 특히 RON2·4·5 부분이 적혈구 세포막을 휘게 하고 형태를 변화시켜 말라리아 원충이 세포막을 뚫고 적혈구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돕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규명된 '무빙 정션'의 구조를 기반으로 새로운 치료 가능성도 제시됐다. 연구팀은 AI 기반 단백질 설계 기법을 활용해 AMA1과 RON2 단백질의 결합을 방해하는 미니 단백질 'A2'를 성공적으로 설계했다. 시험관 실험에서 A2는 말라리아 원충이 적혈구에 침입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효능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A2가 이미 감염된 적혈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원충의 침입을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이다.

말라리아 원충 '분자 기계' 규명…새 치료 길 활짝
[사진=연합뉴스]

미니 단백질 A2는 아직 개념증명 단계의 후보물질이지만, 이번 연구는 실제 생체 상태를 반영한 단백질 구조를 활용해 침입 억제제를 성공적으로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학적 의미가 크다. 치민 호 교수는 「실제 생체 환경에서 표적 구조를 확인함으로써 이를 차단하는 분자를 설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이번 연구의 실질적 가치와 기대감을 강조했다.

현재 말라리아는 매년 약 6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희생이 막심하다. 게다가 기존 항말라리아 약제에 대한 내성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치료 표적 발굴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인류의 오랜 숙제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팀은 이번 접근법이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생체에서 직접 포획한 불안정한 단백질 복합체의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억제제를 설계하는 이번 접근법이 말라리아뿐 아니라 연구가 어려운 다른 기생충과 병원체 연구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인류의 감염병 퇴치 노력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말라리아 극복을 위한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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