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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 무효' 태움 비극, 2026년에도 '현재진행형'

고진아 기자

경기 광주 퇴직 간호사 강수빈 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태움' 비극이 다시 불거지며, 정부와 의료계의 수많은 대책이 왜 '백약이 무효'인지 냉철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끝나지 않는 비극: 2026년에도 이어지는 '태움'의 그림자**

강수빈 씨의 비극은 2019년 서울의료원 故 서지윤 간호사, 2021년 의정부을지대병원 신입 간호사 사건 등 과거 유사 사례들과 그 궤를 같이한다. 특히 2021년 의정부을지대병원 사건 가해자가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태움'은 2026년 현재까지도 사라지지 않는 암울한 현실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법적 처벌마저 비극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 의료 현장은 깊은 탄식에 잠겨 있다.

**'백약이 무효' 대책의 허점: 왜 미봉책에 그치는가**

정부와 의료계는 그동안 '태움' 근절을 위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시행, 교육전담간호사 제도 도입, 간호인력 확충 등의 다양한 '당근책'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대책들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법과 제도는 존재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태움'은 변형된 형태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근본 원인 1: 침묵을 강요하는 과부하의 굴레**

'백약이 무효' 태움 비극, 2026년에도 '현재진행형'
[사진=연합뉴스]

'태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꼽힌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인력 직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일반병동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는 낮 8.6명, 저녁 10.9명, 밤 13.5명에 달한다. 이는 2023년 4월 정부가 발표한 적정 환자 수 5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간호사들은 권고치의 2~3배에 달하는 환자를 돌보며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2025년 기준 서울은 간호사 1인당 0.90병상인 반면, 전남은 2.29병상으로 지방 병원의 인력난은 서울보다 2.5배 이상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간호 인력 확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는 남은 간호사에게 과도한 업무와 신입 교육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적 문제를 고착화시킨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 1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 수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신입 간호사 교육까지 떠맡아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고 현장의 절규를 전했다.

**근본 원인 2: 악습을 되풀이하는 수직적 문화**

인력 부족과 함께 간호계 내부에 만연한 수직적 관계와 도제식 교육 문화 또한 '태움'을 반복시키는 주된 배경이다. 선배 간호사가 신입을 가르친다는 명분 아래 폭언, 공개적 망신, 과도한 업무 통제, 집단 따돌림 등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러한 인권침해를 경험한 간호사 중 65.3%가 휴직이나 사직을 고려했고, 43.5%가 직종 변경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움'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숙련된 간호 인력의 이탈을 가속화하며 의료 시스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미래의 위기인 셈이다.

**에필로그: 실질적 변화를 위한 로드맵 제시**

강수빈 간호사 사건을 계기로 대한간호협회는 더 이상 '미봉책'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협회는 환자당 간호사 배치기준 법제화, 간호인력지원센터 기능 강화, 교육전담간호사 제도 내실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백약이 무효'인 '태움' 비극은 간호사 개인의 문제나 일부 병원의 일탈이 아닌, 만성적 인력 부족, 열악한 근무 환경, 그리고 수직적 문화가 얽힌 구조적 문제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정부와 병원, 그리고 간호계가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때만이 비극의 사슬을 끊고 간호사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비극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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