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DAILY의약일보

임신부 타이레놀 500건 소송 부활, 안전성 논란 재점화

고진아 기자

'안심 진통제'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의 임신부 복용 안전성 논란이 500여건의 소송 부활과 함께 미국 법정에서 재점화됐다.

미국 뉴욕 제2연방순회항소법원 재판부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주성분) 복용과 자녀의 자폐증 및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 연관성 소송을 1심 법원으로 환송 결정했다. 이로써 타이레놀 판매사 켄뷰를 상대로 제기됐던 500여건의 관련 소송이 다시 부활하며 의약·보건계에 거대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한때 종결된 듯했던 논란을 법정의 한복판으로 되돌려놓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원고(자폐증/ADHD 진단을 받은 자녀를 둔 가족)의 주장에 신뢰할 만한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특히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학장 안드레아 바카렐리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보고서가 유리한 결과만 취사선택해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원고 측 의료 전문가들을 증인에서 배제한 것은 '권한을 넘어선 잘못된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과학적 견해의 타당성 여부 판단은 배심원단에 맡겼어야 했다고 설명하며, 이는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닌 과학적 증거와 전문가 의견의 수용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임을 강조했다.

임신부 타이레놀 500건 소송 부활, 안전성 논란 재점화
[사진=연합뉴스]

아세트아미노펜은 오랫동안 임신부에게 '거의 유일한 안심 약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바카렐리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아세트아미노펜의 자폐증 유발 위험성을 경고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이에 대해 WHO, EU, 미 식품의약국(FDA), 미 산부인과학회, 산모·태아의학회 등 주요 보건·의학 단체들은 주장에 근거가 없거나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았으며, 임신부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제 이 복잡한 과학적, 의학적 쟁점의 향방은 배심원단에게 넘어갔다. 항소심 결정의 핵심인 「배심원단에게 견해의 타당성 여부 판단을 돌렸어야 했다」는 지적처럼, 앞으로 이 사안이 어떻게 법정에서 다뤄질지에 의약·보건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아세트아미노펜의 안전성 논란을 넘어, 의약품의 '안전성'이 과학적 증거와 법적 판단 속에서 어떻게 재정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앞으로 배심원단에 의해 내려질 판단은 임신부의 의약품 사용 지침뿐만 아니라 제약사의 책임 범위를 결정하는 중대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의약일보는 이 복잡한 법적·과학적 공방이 가져올 파장과 의약·보건계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며 심층적인 분석과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Copyright © 의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신부 타이레놀 500건 소송 부활, 안전성 논란 재점화 : 병원·제약 : 의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