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로 잘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균)'이 대장암 예방에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제균 치료를 받을 경우 대장암 발생과 그로 인한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헬리코박터균 치료, 대장암 '방패' 역할
한양의대·이화의대·성균관의대 공동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위장병·간장학(Journal of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발생 및 사망 위험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9∼2011년 사이 처음으로 제균 치료를 받은 성인 93만 1,585명을 평균 12.4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제균 치료를 받은 집단은 대조군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은 34%,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49% 각각 낮게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예방 효과다. 치료 후 5년 미만 시점에는 대장암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20% 낮은 데 그쳤으나, 10년 이상 경과하자 그 감소 폭이 48%까지 확대되었다. 이는 대장암이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인 만큼, 제균 치료의 보호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확실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령대 불문, '장내 환경 개선'이 핵심
이번 연구에서 예방 효과는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았다. 30대부터 70세 이상까지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대장암 위험이 줄었으며, 특히 50대와 70세 이상에서는 발생 위험이 약 38% 낮아졌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이 단순히 위를 넘어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헬리코박터균은 체내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무너뜨려 장 점막을 손상시킨다. 반면, 제균 치료를 시행하면 염증이 감소하고 장 점막 보호 기능이 회복되어 대장암이 생기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 전략 필요"
이러한 결과는 최근 국제 학계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2024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의대 연구팀 역시 '임상 종양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을 통해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와 대장암 발생 사이의 상관관계를 입증한 바 있다.
국내 헬리코박터균 권위자인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미를 높게 평가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는 위암뿐만 아니라 대장암 예방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위암과 대장암 모두 발병률이 높은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할 때, 보다 적극적인 헬리코박터균 검사와 제균 치료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위염·위궤양의 원인균이다. 한국인의 경우 감염 시 위암 발생 위험이 비감염자보다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위 건강을 위해 전문가들은 제균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