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가 수술 전 항암치료를 받을 때 흔히 남는 '미세석회'를 두고, 암의 종류에 따라 수술 시 가슴 절제 범위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간 미세석회 안에 암세포가 숨어있을 수 있다는 우려로 과도하게 가슴을 절제해 왔던 임상 현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안성귀·배숭준 교수, 영상의학과 은나래 교수, 용인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백승호 교수 공동연구팀은 선행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유방암 환자 518명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미세석회는 유방 조직에 칼슘이 쌓인 미세한 결정체로, 선행 항암치료 후에도 잘 사라지지 않아 암세포가 있던 흔적으로 남는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잔여 미세석회 범위만큼 넓게 유방을 절제해 왔으나, "항암 후 미세석회만 남고 암세포는 완전히 사라진 비율이 50%를 넘는다"는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HER2 양성·삼중음성유방암, 미세석회 2cm 미만이면 절제 범위 축소 가능
연구팀이 유방암의 세부 종류에 따라 항암치료 후 남은 미세석회와 실제 암세포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암의 성격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HER2 양성 유방암 및 삼중음성유방암: 치료가 비교적 까다로운 이 두 암 유형은, 항암치료 후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상에서 남은 미세석회의 크기가 2cm 미만인 경우 대부분의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즉, 이 환자들은 미세석회가 남아 있더라도 이를 전부 제거하기 위해 과도하게 유방을 넓게 절제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 반면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이 유방암은 MRI 결과나 미세석회 크기와 상관없이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비율이 4.8%에 불과했다. 이 경우에는 미세석회가 남은 부위를 포함해 충분하고 넓게 절제해야 안전하다는 분석이다.
환자 삶의 질 높이는 맞춤형 치료 기대
이번 연구는 유방암 환자들의 수술 후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안성귀 교수는 "HER2 양성이나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는 항암 효과가 좋아도 미세석회가 남아있으면 수술 범위를 줄이기 어려웠으나, 이번 연구로 유방암의 성격에 따라 수술 범위를 달리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유방암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NPJ 유방암'(NPJ breast cancer)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