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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 83.7년 이면에 드리운 자살률 1위 그림자

고진아 기자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OECD 보건통계 2026'은 우리 국민의 장수(長壽)와 함께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를 동시에 드러냈다. 기대수명은 83.7년으로 OECD 상위권에 올랐지만, 자살률은 여전히 압도적인 1위라는 충격적인 성적표가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출생아 기준 우리 국민의 기대수명은 83.7년으로, OECD 평균(81.2년)보다 2.5년 길어 상위권을 기록했다. 질병 예방 및 치료로 막을 수 있는 회피가능사망률은 2023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139.0명으로 OECD 평균(208.8명)을 크게 밑돌았으며,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하여 국내 보건의료 시스템의 역량 강화를 입증했다. 이는 고무적인 지표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국가적 노력의 결실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빛나는 성과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2023년 기준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4.8명으로 OECD 평균(10.9명)의 두 배를 넘어섰고, 여전히 압도적인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높은 기대수명과 낮은 회피가능사망률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이 최상위권에 머무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정신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보건의료 시스템의 역설적인 불균형도 드러났다.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7.9회로 OECD 평균(6.6회)의 약 2.7배에 달해 최다를 기록했으나, 인구 1천명당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2.6명으로 OECD 평균(4.0명)에 한참 못 미쳐 코스타리카 다음으로 적었다. 이는 국민들의 의료 이용률은 매우 높지만, 이를 감당할 필수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구조적 문제를 시사한다.

기대수명 83.7년 이면에 드리운 자살률 1위 그림자
[사진=연합뉴스]

경제적 측면에서도 과제가 확인됐다. 2024년 1인당 경상의료비는 약 5천98달러(한화 약 750만원)로 10년간 연평균 8.5% 증가해 OECD 평균 증가율(6.1%)을 웃돌았다. 이는 의료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재정 운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나타낸다.

만성질환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15세 이상 인구의 과체중 및 비만 비율은 37.3%로 OECD 평균(58.7%)보다 낮지만, 2014년 30.8%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미래 만성질환 발생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선제적인 예방 관리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 국민은 물리적으로는 더 오래 살고, 질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낮아졌지만, 정신 건강과 의료 자원 불균형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높은 기대수명이라는 성과 뒤에 감춰진 자살률 1위, 과도한 진료 이용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의사 수 등 명암이 엇갈리는 지표들을 면밀히 분석하여, 단순한 수명 연장을 넘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 개선과 투자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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