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DAILY의약일보

서울의료원 '태움' 재연…7년 전 비극, 망각했나

고진아 기자

2019년 고(故) 서지윤 간호사의 안타까운 사망으로 '태움'이라는 의료계 악습의 민낯을 드러냈던 서울의료원. 7년이 흐른 2026년 오늘, 그 참혹한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같은 병원에서 또다시 간호사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돼 의료 현장의 고질적인 병폐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는 2026년 7월 28일,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의료원에서 간호사 직장 내 괴롭힘, 이른바 '태움' 의혹이 재발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이는 7년 전 발생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이후 병원이 5대 혁신 대책까지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터져 나온 소식이어서 의료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를 호소하는 A 간호사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A 간호사는 지난해 4월(2025년 4월)부터 직장 상사 B씨로부터 인력 부족에 따른 과도한 업무와 함께 화풀이성 질책을 반복적으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상사 B씨가 '지금 일도 힘든데 한참 어린 딸 같은 아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게 짜증 나요'라는 비인간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잦은 야근에도 초과 근무로 인정받지 못해 수당을 받지 못했고, 휴가를 사용하려 할 때마다 질책을 당하며 심리적 고통은 극에 달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A 간호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의 대응은 안일했다. 지난달(2026년 6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고, 이달 2일(2026년 7월 2일) 서울의료원장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냈으나 'AI가 도입되면 행정 효율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취지의 현실성 없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이는 의료진의 고통에 대한 병원 경영진의 무감각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의료원 '태움' 재연…7년 전 비극, 망각했나
[사진=연합뉴스]

7년 전 비극 이후 서울의료원은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을 계기로 '표준 매뉴얼 개발', '감정노동보호위원회 신설', '간호사 지원전담팀 운영' 등 5대 혁신 대책을 야심 차게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러한 대책들이 과연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 아니면 껍데기뿐인 공염불에 그쳤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서울의료원과 서울시에 신속하고 투명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그리고 실질적인 태움 근절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시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근무 장소를 분리 조치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위원장으로 하는 서울의료원 감정노동보호위원회에서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변호사 등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통해 객관적으로 심의 후 상응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A 간호사는 '서 간호사가 떠난 후에도 가해자는 남고 피해자는 떠나는 구조 속에서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의 구조적 괴롭힘이 반복되고 있다'고 절규했다. 또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질책이 심리적 고통을 심화한다'고 호소하며 이번 '태움' 의혹이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닌,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했다.

서울의료원에서 7년 만에 다시 불거진 '태움' 의혹은 단순히 한 병원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의료 현장의 고질적인 병폐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이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인 간의 갈등으로 치부하지 않고, 신속하고 투명한 진상 규명 및 책임 있는 조치를 통해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급성을 강조한다. 2019년의 비극을 딛고 한 단계 나아가, 의료진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건강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의료 시스템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과제이다.

Copyright © 의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의료원 '태움' 재연…7년 전 비극, 망각했나 : 병원·제약 : 의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