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심장이 멎은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결정적 시간이 ‘20분’이라는 국내 연구 결과가 의학계를 뒤흔들고 있다. 심정지 응급약 에피네프린 투여 시점이 단 1분 늦어질 때마다 뇌 기능 회복 가능성이 3.6%씩 감소한다는 충격적인 데이터는 우리 사회 응급의료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국내 연구진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 병원 밖 심정지(OHCA) 환자 1만 726명(최종 분석 5,734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분석을 시행했다. 이 연구는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과 신경학적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에피네프린 투여의 '골든타임'을 '20분'으로 명확히 제시하며, 기존 투여 시점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연구 결과, 심정지 발생 후 20분 이내 에피네프린을 투여받은 환자군이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생존 퇴원 및 좋은 신경학적 회복 가능성이 획기적으로 높았다. 특히, 20분 이후 약물 투여 시 조기 투여군 대비 생존 퇴원과 좋은 신경학적 회복 가능성이 무려 44%나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20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투여 시점이 1분 지연될 때마다 좋은 신경학적 회복 가능성이 약 3.6% 감소했으며, 30분을 초과하여 에피네프린이 투여될 경우 환자의 예후는 급격히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심층적인 연구 결과는 2024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응급구조사도 에피네프린 투여가 가능해진 현행 제도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한다. 법 개정은 현장에서 보다 신속한 약물 투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나, 이번 연구는 단순히 약물 투여 권한 확대에 그치지 않고 투여 '시간'의 절대적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줬다.
국립중앙의료원 홍원표 외상필수의료관리팀장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에피네프린의 신속한 투여는 심정지 환자의 생존과 뇌 기능 회복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다. 그러나 단순히 약물 투여만이 아니라, 전문 응급처치 체계 전반의 빠르고 효율적인 가동이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병원 전 단계 응급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에피네프린의 신속한 투여가 심정지 환자 예후에 결정적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나아가 전문 구조대의 신속한 현장 대응, 다중 출동 체계 구축, 전문심장소생술 역량 강화 등 병원 전 단계 응급의료 체계 전반의 지속적인 고도화가 절실하다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한다. 또한, 심정지 발생 시 일반인의 즉각적인 119 신고와 신속한 심폐소생술 시행이 전문 응급처치로 이어지는 첫 단추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과 뇌 기능 회복률 향상을 위한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시스템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