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미국 내 약가 인하 협상 대상에서 제외된 일부 제약사들이 향후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백악관과 개별 협상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로이터 통신과 소식통 6명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관세 부과나 새로운 가격 통제 제도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자체적인 합의 방안을 모색 중이다.
로비스트 2명과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일부 제약사들이 백악관과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 관계자들과 접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기업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백악관의 쿠시 데사이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제약사와 협상해 미국 환자들의 약가를 실질적으로 인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식 서한을 받지 못한 기업들이 어떤 절차로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침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합의 못 하면 가격 통제 대상”… 메디케어 시범사업 부담
업계가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GLOBE’와 ‘GUARD’로 불리는 메디케어 시범사업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미국 내 약가가 해외 가격보다 높을 경우 제조사가 리베이트를 지급하도록 하는 ‘최혜국 대우(MFN)’ 방식의 가격 책정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65세 이상 고령층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메디케어 프로그램 전반에 적용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재무적 타격이 상당할 수 있다.
이미 화이자(Pfizer), 일라이 릴리(Eli Lilly) 등 16개 대형 제약사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가격 인하 지시 서한을 받고 정부와 합의를 체결했다.
그러나 미국 최대 제약 로비 단체인 미국제약협회(PhRMA) 회원사 중 절반가량은 아직 연락을 받지 못한 상태다.
바이엘 제약부문 글로벌 책임자인 슈테판 외엘리히는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대우를 받는다면 매우 이상한 일”이라며, 서한을 받지 못한 기업들도 유사한 협상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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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견 바이오 기업들, 별도 로비 단체 결성
협상에서 배제된 중소·중견 제약사들은 별도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알커메스, 바이오마린, 인사이트, 알나일람 등 11개 기업은 ‘미국 중견 바이오 연합(Midsized Biotech Alliance of America)’을 결성해 가격 통제 정책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사노피 CEO 폴 허드슨은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합의에 참여하지 못한 대규모 기업군이 존재한다”며 “정부가 수십 건의 개별 협상을 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일괄적인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허드슨은 올해 말 미국제약협회 회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 메디케이드 영향 제한적… 메디케어가 ‘진짜 전장’
이번에 대형 제약사들이 체결한 합의는 주로 저소득층 대상 공공보험인 메디케이드(Medicaid) 약가 인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메디케이드는 미국 전체 의약품 지출의 약 10% 수준이며, 일부 약품은 이미 80% 이상의 할인율이 적용되고 있어 실질적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합의에 참여하지 못한 기업들은 메디케어 시범사업에 직접 노출된다.
메디케어는 시장 규모가 훨씬 커, 가격 인하 압박이 본격화될 경우 수익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일부 중견 제약사는 해외 판매권을 현지 기업에 라이선스 형태로 넘긴 상태여서, 해외 파트너가 자발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유인이 없다.
이 경우 미국 본사는 해외 가격에 맞춰 메디케어 약가를 대폭 인하해야 하는 구조적 압박에 놓일 수 있다.
또한 대형사와 달리 제품 포트폴리오가 제한적인 중견 기업은 ‘희생 가능한 저수익 품목’을 내세워 협상할 여지가 적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제약업계 로비스트는 “대기업에 유리한 구조가 중견기업에는 오히려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수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