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도, 인구 밀집도 없던 5천500년 전 시베리아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 중 하나인 페스트가 어린 생명들을 앗아갔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2026년 06월 18일 공개되며, 페스트의 기원과 전파 방식에 대한 기존의 모든 통념이 흔들리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에스케 빌레르슬레우 교수와 영국 옥스퍼드대 루에어리드 매클라우드 박사 등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이날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를 통해 동시베리아 바이칼호 인근 신석기 수렵채집인 공동묘지 4곳에서 발견된 인골 DNA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인류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손꼽히는 페스트(Yersinia pestis)가 농경사회와 거대 도시의 등장을 훨씬 앞선 약 5,500년 전부터 이 지역의 소규모 수렵채집인 공동체에 창궐하며 대규모 사망을 초래했음을 명백히 밝혀냈다.
연구팀은 약 5,520~5,265년 전, 그리고 5,315~4,235년 전의 두 차례 유행 시기를 특정했다. 특히 조사 대상 인골 46명 중 무려 39%에 달하는 18명에게서 페스트 원인균이 검출된 것은 매우 놀라운 결과다. 이 수치는 중세 유럽의 흑사병 집단매장지에서 확인된 감염 검출률보다도 높은 것으로, 당시 이 신석기 공동체에서 페스트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치명적으로 확산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더욱이 페스트 희생자의 상당수가 8~11세 어린이었다는 점은 질병이 가족 단위로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크며, 사람 간 전염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연구팀은 발견된 초기 페스트 균주가 현재까지 확인된 모든 고대 및 현대 페스트 균주보다 훨씬 오래된, 가장 초기 형태의 계통임을 확인했다. 이 균주의 유전학적 특성 또한 기존 페스트 이해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초기 균주에는 벼룩을 통한 전형적인 선페스트 전파에 필수적인 유전자(ymt)와 주요 독성 인자가 없었다. 에스케 빌레르슬레우 교수는 이와 관련해 「가장 초기 형태 페스트 균주들도 이미 매우 치명적이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하며, 「초기 유행은 주로 마멋과 같은 설치류를 통한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는 벼룩이 매개하는 선페스트 이전의 원시적 전파 경로였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높은 인구밀도와 조직적인 농경생활이 페스트 대유행의 필수 조건이라는 오랜 가설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기념비적인 발견으로 평가된다. 루에어리드 매클라우드 박사는 「이번 연구는 높은 인구밀도와 농경생활이 페스트 대유행의 필수 조건이라는 기존 가설에도 도전하며, 인류 역사를 형성하는 데 있어 인수공통감염병의 역할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고 그 의미를 밝혔다.
의약일보는 이번 연구가 인류의 가장 오래된 감염병 중 하나인 페스트의 기원과 진화 경로에 대한 역사적 관점을 완전히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인류 문명 발전 이전부터 인수공통감염병이 인류의 생존과 사회 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다. 이번 연구는 의약·보건 분야에서 질병의 역사적 관점을 심화하고, 현재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팬데믹의 원인 및 예방 전략 수립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